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마침 이날은 새누리당이 ‘유승민정국’의 수렁에서 도약하기 위해 새롭게 선출한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하면서 ‘제2기 김무성호’가 닻을 올린 날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지난 1년 중 가장 후한 점수를 받는 항목은 바로 선거다. 세월호 정국 속에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의 압승을 이끌었고, 올해 성완종 정국에서 치러진 4·29 선거에선 4곳 가운데 3곳에서 이겼다. 5·18 전야제에서 물세례를 받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행사에선 면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대권주자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평도 들었다.하지만 대통령, 청와대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느냐는 평가항목으로 넘어가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대표적 경우가 바로 ‘개헌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는 이른바 상하이 발언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불쾌한 반응이 나오자 하루 만에 번복하고 사과했다. 최근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처리문제에서도 김 대표는 청와대와 부딪히지 않으려 했고,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느냐며 청와대의 뜻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수평적 당청관계는 커녕 여전히 청와대에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이다.김무성 대표의 지난 1년을 종합하면 ‘뚝심의 지도력’을 보여줬다는 긍정론과 비굴하게 처신했다는 비판론이 공존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골자로 한 혁신위 안을 의원총회에서 통과시키긴 했으나 현실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완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미완의 정책이 되지 않도록 마무리 짓는 것은 김 대표의 과제다. 김 대표의 진짜 성패는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 성적표에 따라 갈린다. 14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 이후 발표될 당 사무총장 등 ‘2기 체제’ 당직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김무성 대표가 늘 박근혜 대통령 그늘 아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김 대표가 그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읊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내를 건너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김무성의 새로운 길을 지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