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서 제초제가 섞인 줄 모르고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6명이 중태에 빠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할머니 중 정모(89) 할머니가 15일 오전 7시10분께 치료 중 끝내 사망했다.숨진 정 할머니는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끝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4일 오전 2시 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서 전날 초복 점심식사 후 남은 음료수(사이다 1.5ℓ)를 나눠 마시고, 입에서 거품을 토하며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마을 주민들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먼저 이들을 응급처치한 뒤 2명은 상주 적십자병원에, 나머지 4명은 김천의료원, 김천제일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상주성모병원으로 각각 이송했다. 이들 중 3명은 현재 의식이 돌아오는 등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상주경찰서는 사건 당일 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경찰서와 지방청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과 수색을 벌이고 있다. 또 현장에서 확보한 사이다병과 할머니들의 구토물을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감정 의뢰해 이날 오후 사이다병에서 상출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한편 경찰은 숨진 정 할머니에 대해서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대구·경북이 다시 한 번 독극물로 인한 불명예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함을 보이고 있다.실제로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구·경북에선 독극물로 인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그동안의 독극물 사건을 살펴보면 △2004년 8월11일=오후 2시 30분께 정모(54·대구 달서구 진천동)씨가 달성서씨 비문 앞에서 음료 4병을 발견, 이를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 △8월12일=오후 7시 30분께 이모(10·대구 북구 고성동)군이 원숭이 우리 앞 벤치에서 어머니가 발견한 음료 3병 가운데 1병을 동생(3·여)과 나눠 마시고 함께 구토 및 설사 증세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 △8월21일=정오께 원앙이 우리 주변 벤치에서 김모(64·서구 비산동)씨가 일행인 이모(66.서구 비산동)씨와 함께 음료 3병을 발견, 이 가운데 2병을 나눠 마시고 이 가운데 김씨만 병원으로 이송 △9월5일=오후 6시 50분께 김모(63·여.서구 비산동)씨가 시계탑 뒤 화장실 앞 벤치에서 음료 2병을 발견, 이 가운데 1병을 마시고 복통 및 구토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 △9월9일=오후 3시 30분께 이모(78.여·동구 신서동)씨 등 70대 여성 3명이 곰 우리 뒤 벤치에서 음료 3병을 발견, 1병씩 나눠 마시고 모두 병원으로 후송 △9월19일=오후 5시 45분께 전모(63·노숙자)씨가 물개사 뒤 벤치에서 음료 3병을 발견,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 △9월29일=오후 5시30분께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정문 부근에서 정모(여·57)씨가 60대 할머니가 요구르트 5개를 가지고 와 자신이 한 병 마신 뒤 실신, 병원 치료 △2005년 2월15일=밤 10시30분께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김모(62)씨의 집에서 사귀던 김씨가 평소 술을 마시고 자신을 괴롭혀온 데 앙심을 품고 물병에 독극물을 먹게 해 병원으로 후송 △2006년 11월1일=빚 독촉을 받던 40대 주부가 대구시 북구 산격동 길가에서 채권자 B(44)씨의 차량에서 채권. 채무관계로 이야기를 하다 제초제성분이 섞인 음료수를 먹여 살해 △7월11일=오후 4시께 남편이 만취 상태에서 술주정을 부리자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아내 최모(38) 살인 혐의로 구속 △8월22일=지난 17일 오후 1시께 구미 K고 1학년 최모(15)군이 학교 강당입구에 놓여있는 우유와 빵을 먹고 복통과 구타를 일으켜 대구의 모 병원으로 옮겨 치료 중 사망 △2007년 5월22일= 이날 낮 영천의 한 시장에서 농약성분이 든 드링크 음료를 먹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송모(64) 할머니가 숨진데 이어 23일 72살 정모(72) 할머니도 사망 등이다.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기존에 있었던 독극물 범죄와 이번 사건은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소량만 사용해도 치사량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원한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도 누군가 사이다에 살충제를 몰래 넣은 후 뚜껑을 바꾼 것이라고 판단,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이다에서 검출된 원예용 제초제는 강한 독성으로 현재 시중에 판매가 금지된 것으로, 농가에선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제초제이다.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종합해보면 누군가 독극물을 마신 할머니들 중 원한을 갖고 있는 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경찰은 탐문수색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현재의 수사과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