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가 아직도 완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가 하면 공개하고 있는 지역도 그 내용이 충실치가 못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단체장들의 공인의식이 매우 낮은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는 말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적경비다. 그런 관계로 쓰임새는 철저하게 투명해야 하고 운영규범에 적합해야 한다.과거 판공비라는 명목으로 기관장들이 마치 자신의 쌈짓돈처럼 공금을 멋대로 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주민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들이 세금으로 조성된 업무추진비를 업무 외에 사용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도모할 목적으로 과대 지출하는 행위는 시민을 속이는 일과 다름이 없다. 공개를 꺼리거나 지출세목이 불분명한 이유 역시 뒤가 구린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대구시의회가 확대의장단(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예결위원장)에 제공하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9월부터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그간 시민단체 등이 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를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의회 중 이를 공개하지 않는 곳은 대구, 세종 등 4곳뿐이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여론공세에 떠밀려 마지못해 시행하려는 감이 있고 그것도 즉각 시행이 아니라 9월로 멀찍이 미뤄 놓아 실행의지가 의심스럽다.한편 대구시장의 경우는 진작부터 업무추진부가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두루뭉술하다. 날짜와 목적 금액이 한 묶음으로 나와 있어서 시장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다. 서울 등 다른 타시도가 시간대별로 대상인원까지 적시한 것과 철저히 대비된다. 이렇고 보니 업무추진비 공개가 전국 17개 시‧도중에서 가장 부실한 것으로 판정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공개시점도 가장 늦다. 타시도는 벌써 6월분 내역이 공개됐는데 대구는 이제 겨우 5월분을 공개 중이다. `열린시정`이란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시민단체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서울시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 대구시가 못할 이유가 없다. 17위에서 1위로 바뀌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기초시의회보다 더 늦게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한 대구시의회도 마지못해 공개해선 안 된다. 시간대별로 대상자와 금액. 목적 등을 상술해서 늦게 출발했지만 모범된 공개사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