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경기 하강에 긴급처방으로 투입키로 한 추가경정예산이 방향감각을 잃었다. 국회 상임위별 심사가 시작되자 추경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지역구 민원사업을 반영하려는 ‘쪽지 예산’이 난무하고 있다. 야당은 이참에 여당이 반대해 온 법인세 인상을 관철시키려는 ‘끼워팔기’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직접 저소득층 가구에 지급하자는 선심성 주장까지 내놓는 등 추경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정부 추경안에서 애초 국토위소관으로 상정한 도로‧철도 예산은 각각 3996억원과 8207억원이다. 그러나 상임위심사가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은 총 17개 사업에 걸쳐 2445억원을 증액 요구했다. 그 가운데 16개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과 관계없는 사업이다. 야당 또한 추경의 사회간접자본예산 대부분이 내년 총선용 선심 예산이라며 삭제를 요구한 것과 달리 뒤로는 지역사업을 챙기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어서 여당을 뺨친다.16일 보건복지위에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SOC 예산을 줄이고 대신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 200만가구에 10만원짜리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해 두 달 내에 쓰게 하자고 헸다. 과거 일본정부의 상품권뿌리기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진작 실패로 판명된 3류정책이다.일본은 1999년 3000여만명에게 1인당 2만엔어치씩 상품권을 나눠줬지만, 국민들은 상품권을 쓰는 대신 현금 지출을 줄여 저축을 하거나 빚을 갚는 바람에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또 2009년엔 아예 1인당 1만2000엔씩 총 2조엔의 현금을 뿌렸지만 마찬가지였다. 남의 정책을 모방하면서 결과는 따지지 않는 무지함이라니.메르스·가뭄피해에 경기침체 우려로 추경을 하자면서 전혀 진지하지 않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쪽지’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야당은 SOC 예산이 총선용 선심예산이라면서 도로·철도 민원을 밀어 넣고, 재정 건전성 강화를 외치며 돈을 뿌리자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참에 각 상임위마다 쪽지예산, 지역민원이 밀어닥칠 게 분명하다. 추경은 이미 변질되고 있다. 이런 추경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냥 허리끈 조여매고 굶는게 낫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맛들이면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기대치는 더 높아지고 나라 빚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그리스를 보면서 깨닫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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