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鄭)나라 대부 서오범(徐吾犯)의 누이동생은 미색이 뛰어났다. 대부 공손 초(公孫 楚)가 아내로 맞이하려고 예물을 보냈다. 그러자 공손 흑(公孫 黑)도 사람을 보내 억지로 약혼용 예물인 기러기를 보냈다. 서오범은 몹시 두려워하며 이를 자산(子産)에게 알렸다. 이에 자산은 이렇게 말한다. “이는 나라의 정사가 어지러워 그러는 것이지 그대가 걱정할 것이 아니오. 다만 누이가 원하는 대로 하시오” 서오범이 두 사람을 청해 누이에게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응했다. 자석(子晳:공손 흑의 자)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서오범의 집으로 가서는 폐백을 늘어놓고 나갔다. 자남(子南:공손 초의 자)은 군복을 입고 들어와 양손으로 번갈아 활을 쏜 뒤 수레에 올라타고 밖으로 나갔다. 서오범의 누이가 방안에서 이들을 살펴본 뒤 말했다. “자석은 정말 아름답지만 자남이야말로 진정한 대부입니다.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다워야 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리고 자남에게 시집을 갔다. 자석은 몹시 화가 나서 옷 안에 갑옷을 받쳐 입은 뒤 자남을 만나 그를 죽이고 그 아내를 빼앗으려 했다. 자남이 이를 알고 오히려 자석을 쫓아가 사거리에 이르러 창으로 자석을 찔렀다. 자석은 상처를 입고 돌아가 대부들에게 고했다. “나는 그가 딴 마음이 있는 줄 알지 못하고 좋은 뜻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가 다쳤습니다” 이에 대부들이 논의해 자남을 오나라로 추방했다. ‘좌전’(左傳) 소공 원년(昭公元年)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조과(操戈)라는 말이 나왔다. 조과는 창을 잡다라는 뜻. 동실(同室)과 함께 합해 동실조과(同室操戈 )라는 말로 쓰인다. 동실(同室)은 일가(一家), 자기 사람을 뜻한다. 동실조과(同室操戈)는 한 집안 사람이 창을 잡는다는 뜻이니 내부 투쟁이나 형제 간의 다툼을 비유한다. ‘후한서’(後漢書) 권35 정현전(鄭玄傳)에 하휴(何休)가 정현의 저술을 보고 한탄하기를 “강성(康成:정현의 자)이 내 집에 들어와 내 창으로 나를 찌르는구나!”했다는 구절이 보인다. 하휴와 정현은 같은 고향 사람이다.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 매료돼 자신의 기업에 ‘롯데’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을 따온 신격호, “롯데라는 이름이 내 일생일대 최고의 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제 ‘롯데’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동주 동빈 두 아들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문제는 둘 다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누군가 한사람은 패자가 돼야 한다는 비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성서 속의 형제 간 갈등도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아담과 하와에서 난 카인과 아벨이 있다. 농부였던 카인은 하나님이 자신의 제물보다 목동인 동생 아벨의 제물을 기쁘게 받자 질투로 격분한다. 그리고 동생 아벨을 들로 데리고 나가 돌로 쳐 살해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이 시기와 질투라는 죄를 낳고 그 결과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아버지에게 총애를 받기 위해 형제간에 반목하거나 싸우는 것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로 ‘카인 콤플렉스’가 쓰인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삭은 두 아들 에서와 야곱이 장자권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원수가 되기에 이른다. 아버지 이삭은 사냥을 잘하는 장남 에서를 사랑하지만 어머니 리브가는 천막에 머물러 자기를 돕는 야곱을 사랑한다. 야곱은 어머니와 짜고 사냥터에서 돌아온 형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얻은 뒤 아버지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받는다.동실조과와 카인 콤플렉스가 전하는 교훈은 바로 탐욕에 대한 경계다. 권력이든 재물이든 지나친 욕심을 부려 싸우면 종국에는 모두 망할 것이라는 교훈이다. ‘롯데’를 독점하려는 두 아들의 결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아버지의 말은 이미 먹혀들지 않고 있다. 베르테르의 말처럼 더 이상 생활의 궤도를 원래대로 돌이킬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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