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15일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고 한 것은 이산가족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DMZ지뢰폭발사건으로 상황은 극도로 나쁘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길이 열린다고 하지 않는가. 희망을 가져 볼 일이다.박 대통령은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더구나 지금은 휴전상태, 이산가족들에게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이는 이념이나 이해타산을 떠나서 그 무엇에도 우선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그렇지 못했다.1988년 이래의 상봉 신청자 12만여명 가운데 이미 절반이 넘는 6만3000여명이 사망했지만 지금까지 3000여 가족만이 재회했을 따름이다. 이는 사망자 대다수가 북측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것을 의미한다. 이산가족상봉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 온 북한의 행태에 치를 떨게 되지만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이지 않은 잘못이있다.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성사 속도가 너무나 지지부진해서 문제다. 그간 19차례 ‘대면 상봉’을 했지만 상봉의 감격을 누린 사람은 고작 1956명에 불과하다. 이런 속도라면 신청한 전원이 ‘대면 상봉’을 하는데 520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비정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들 가운데 절반이 80세 이상이라면 그 절박함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남북 간에 풀어야 할 현안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이산가족상봉이라는 대명제를 위해 쌍방이 통 크게 양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이산가족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쪽은 북한이다.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재개를 연계시키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근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그런 현안에 대해서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한바 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산가족이 만나서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최근의 남북관계는 DMZ지뢰폭발사건으로 파탄직전이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관계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