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주년 광복절에 대구시가지가 태극기 물결로 수놓일 것을 기대한 것은 허무한 꿈이었다. 태극기달기 캠페인은 실적용으로 끝났을 뿐 시민들이 태극기를 다는 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광복절날 태극기를 답시다”,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태극기를 다세요”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일부 아파트단지를 제외한 아파트나 주택단지의 방송도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달도록 합시다”거나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태극기를 달아 주세요”하는 작은 성의도 보여주지 않았다. 경제지표만 광역지자체 가운데 꼴찌가 아니라 애국심도 꼴찌였다.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극히 적었던데 대해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긴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된 상당수의 시민들이 여행 등 자신의 취미활동을 위해 집을 떠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떠나지 않은 가정이 훨씬 더 많았고 그런 가정 역시 대부분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광복절에 태극기를 다는 일에 시장이나 구청장이 뜨거운 관심을 가졌던들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국기게양 현황을 취재한 본지 기자는 “대구 일대 주택가에선 걸려 있는 태극기를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15일 오전 10시께부터 낮 12시께까지 대구 동구 지저동과 해안동, 안심동의 주택가 80가구를 확인한 결과 태극기를 문 앞에 걸어 둔 가구는 단 2가구에 불과했다. 또 오후 2시께부터 4시께까지 경북대 인근의 신암동 일대 주택가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70 가구 중 단 5가구에서 태극기를 봤다고 한다. 올해 광복절은 광복 70주년으로 다른 해와 다르다. 70년전 일제의 군화에서 벗어나 광복하던 때의 감격이 선연히 떠오른다. 마음껏 휘두르던 태극기의 감동이 전해져 온다. 그 감격을 태극기를 다는 것으로 표출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나라사랑의 마음이다. 광복절의 그 엄청난 의미를 깨닫고 있다면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결국 광복절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음이다. 주택가에 국기 게양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국기를 내 걸지 못한다는 말도 들린다. 잊고 있었는데 깨우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도 있다. 광복절은 지나갔지만 개천절에는 달라야 한다. 캠페인이 아니라 가정마다 찾아가 태극기를 달자는 부탁을 통해 대문 앞에 태극기가 내 걸리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