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4일 광복절 전야 행사로 수성못 일대에서 열린 ‘신바람 페스티벌’ 행사 당시 대구시가 교통 등 시민편의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데 대해 “시민들께 죄송스러워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대구시의 수성못 신바람페스티벌은 총체적 부실덩어리였다. 6만여명이 운집한 행사에 시민편의와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대구시의 졸속 진행과 교통당국의 무책임,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무감각이 만든 대규모 교통대란의 종합판이었다. 장소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6만여명이 모이긴 했으나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외진 곳을 선정한 것이 잘못이었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잘못이 컸다. 또 대체수단으로 사용된 자가용을 한꺼번에 수용할 주차장 마련도 되지 않았다. 각광을 받은 도시철도3호선 역시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인원이 너무나 적어 도움이 되지 않은 반면 불편만 가중 시켰다. ‘안전’이라면 가슴이 철렁해지는 대구가 14일 밤에 대규모 참사를 겪지 않은 것이 그나마 천우신조였다. 권 시장의 사과도 너무 늦었다. 사건은 14일밤에 벌어졌는데 17일에 사과라니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다. 언론의 질타를 받고서야 사과함으로써 사과의 격만 낮아졌다. 그나마 “죄송스러워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진솔한 표현이 가슴에 남았다. 권 시장의 사과가 너무 잦아 걱정이다. 사과할 일에 사과하는 것은 아름다우나 사과할 일을 너무 자주 만드는 것은 장끼가 아니다. 재임 1년여에 사과가 벌써 몇변째인가. 거슬러 올라 가본다. 권 시장의 취임 후 첫 사과는 대구시 주요문화사업이다. 지난해 7월 이우환 미술관 건립 재추진 4개월 만에 백기를 들면서 첫 대 시민사과를 했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으로 불교계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불교계에 공개 사과했다. 지난 6월에는 메르스환자를 접촉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자신이 발병한 뒤에야 신고한 공무원으로 인한 대 시민 사과가 있다. 이렇듯 사과할 일이 잦고 보면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흔쾌하게 사과하는 통 큰 모습은 좋지만 사과할 일이 없도록 신중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느슨해진 공직기강을 바짝 죄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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