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했지만 상반기까지 시행에 들어간 단지는 5.7%(571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난방비부과 문제로 비롯된 소위 ‘김부선사건’ 이후 대형아파트 회계감사제도를 주택법에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비리가 적발된다고 전부 검찰에 고발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행정처분이라는 솜방망이로 끝난다. 죄를 짓고도 겁을 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격한 감사와 가차없는 고발조치만이 아파트 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1300여가구가 사는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2009년부터 5년 가까이 전기 사용료와 재활용품 수거 수수료 등을 회계처리 없이 개인통장으로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횡령한 돈이 천2백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주민대표자회의가 있고 감사가 있는데 개인명의의 통장으로 5년간이나 어떻게 빼돌릴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관리소장이 터줏대감처럼 한 아파트단지에 너무 오래 눌러 있는 것도 비리소지를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시는 지난 2013년부터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처분내역이 너무 약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많다. 즉 시는 65개 아파트단지를 감사해 관리비횡령, 입찰 및 계약 부정 등 830건에 대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은 겨우 2건뿐이고 수사의뢰도 12건뿐이다. 반면 개선명령과 주의 촉구는 전체의 78%나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벌이 약하면 재발방지효과는 없게 된다는 점에서 극히 유감스럽다. 아파트사랑 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도 "많은 비리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아파트 범죄를 양성화시키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우를 범할 것"임을 지적한다. 올해 도입된 대규모 아파트단지(300가구 이상)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제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관리비비리 척결을 위해 내놓은 정부대책에 대해 아파트관리소들은 반발하고 있다고 들린다. 전국주택관리사협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등 아파트관리소 단체나 입주자 단체들은 올 들어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화를 폐지해 달라고 국회나 청와대에 잇따라 진정서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이권단체행세를 하는 셈이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더 강도 높게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