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였던 지난달 27일 40여 곳의 점포를 태우고 3억원가량(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경주 중앙시장 화재로 또다시 화재에 취약한 재래시장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대구 일대 재래시장에서도 상당수의 상인들이 화재예방 및 진압방법 등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앞서 경주 중앙시장 화재는 발화 초기 5분의 ‘골드타임’을 날려버리면서 점포 수십 곳을 태우는 피해로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CCTV 분석결과 A횟집에서 발화된 불을 시장 내 상인 B씨가 목격했음에도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못해 생겨난 사고였다. 당시 B씨는 시장 안 곳곳에 소화기가 있었음에도 소화기를 다루지 못했으며, 화재신고도 5분이 훨씬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B씨는 경찰과 소방서 등의 조사에서 여러차례 소화기 작동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지만 실제로 작동해 본 적은 없어 화재 시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실제 대구 일대 재래시장에서도 상당수의 상인들이 화재진압과 관련, 소화기의 작동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지난달 30일 오전 8시 16분께 대구 북구 대현동 동대구시장에는 40-50여개에 이르는 상점 중 9곳에서 장사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H수산과 D마트, T속옷업체 등이 그곳인데 이 업체들은 이미 가판대에 물건을 모두 올려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업체 중 5곳에선 인근에 상가마다 전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데다 화재에 취약한 나무, 종이들이 곳곳에 쌓여 있음에도 상가 어디에서도 소화기는 비치돼 있지 않았다. T속옷업체 사장은 “옆 상가에 소화기가 있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며 “상인들이 서로 모여있기 때문에 화재가 난다고 해도 초기에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다른 재래시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오전 10시 49분께 대구 중구 남산동 명덕시장에서도 50여개가 넘는 시장에서 발화가 쉬운 종이 등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눈에 보이는 소화기는 10여개에 그칠 정도였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 와룡시장과 감삼동 서남시장 등의 수십여곳의 상가에서도 소화기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시장내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 상당수가 소화기에 대한 작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이날 낮 12시 29분께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내 ‘J파전’에서는 소화기 2개가 출입문 뒤편으로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가게 대표는 소화기사용법을 묻자 손잡이를 누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가스충전 등 내용물 충전 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이에 대해 소방협회 관계자는 관내 소방서 등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방교육 등을 펼치고 있지만 교육을 받는 사람들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생이거나 혹은 직원들인 경우가 많아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 후 이를 사업장 등에서 알려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상인들의 연령층도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나이가 40-50대인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쉬운 교육이 아닌 이상 화재시 당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인 교육으로만 끝이 난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소방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귀에 익는 소화기 사용법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신의 가게 혹은 주위의 가게에서 불이 발생하면 당황스런 마음에 화재신고는 물론 화재진압도 힘든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기적인 소방교육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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