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어린이집 중 적지 않은 곳이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가 나와 충격이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어린이집이 석면건축물로 뒤덮여 있는데 어느 부모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겠는가.지금 교육계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교육부와 전국의 교육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니 말 그대로 보육대란이다. 작금의 어린이집은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해 왔다. 잊을 만하면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고, ‘곰팡이 급식’으로 여론매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석면 노출이다.어린이집이 아이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 어느새 어린이집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교육의 본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은 절대로 하나씩 닥치지 않고 항상 연이어 온다는 뜻이다. 눈이 녹기도 전에 서리까지 내린다는 설상가상(雪上加霜)과 비슷한 말이지만 우리말로 엎친데 덮친다는 것이다.일단 화를 당하면 심리적인 안정을 잃기 쉽기 때문에 또 다른 화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어린이집이 그 짝이다.김원구 대구시의원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건축물 석면조사 자료 분석에서 어린이집의 경우, 의무적으로 조사를 한 235곳 중 20.9%인 49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지난 2일 밝혔다.비의무대상 어린이집은 조사한 362곳 중 6.08%인 22곳이 석면건축물로 판명됐지만 석면제거 처리실적은 석면건축물로 판명된 의무 대상 어린이집 49곳 중 7곳 (처리율 14.3%)만 석면제거처리를 했다고 한다. 비의무대상 어린이집 가운데 석면 제거처리를 한 어린이집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하니 해도 너무한 일이다.더군다나 905곳은 석면관리는 고사하고 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해도해도 참 너무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어린이집은 유치원과는 달리 건축물 연면적 430㎡이하인 곳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체 어린이집 1541곳 중 82.2%인 1267곳이 비의무대상이다.석면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2009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석면피해를 인정받은 종사자 등만 1705명에 달한다. 이웃 일본은 석면 제거 기준을 0.1%로 설정, 8년 전인 2007년 학교 건축물 내 석면을 완전히 추방했다. 미국은 학교 내에서 석면이 검출되면 안전하게 제거작업을 마칠 때까지 학생들 등교를 미룬다. 그런데 대구의 어린이집들은 석면 그게 뭐라고 아이들의 건강을 등한시 하고 있으니 제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했다. 2012년 4월 29일 석면안전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공공건축물 등에 대한 건축물 석면조사가 의무화됐다.대구지역 어린이집에 석면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석면이 예상치 못한 충격에 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해성이 높고 낮음은 큰 의미가 없다.아이들의 건강을 방치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차제에 대구시가 나서 적어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어 나갈 어린이를 위하는 일이라면 열 일을 제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아이들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