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경북지역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이 조직의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그는 50여명의 학생들을 꼬드겨 개설한 100여개의 통장을 조직에 넘겨주고 받은 돈으로 고급차량을 몰며 호화 휴가를 보내는 등의 생활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11일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북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 A(24)씨는 지난 2013월 5월 지인을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을 접했다.A씨는 대포통장을 가져오면 돈을 준다는 말에 친한 후배 등을 상대로 통장을 모으기 시작했다.“통장과 현금카드를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며 학생회 후배 등을 꼬드겨 모은 통장만 100여개. 학생 50여명은 A씨에게서 통장 1개 당 100만-200만원을 받고 한 사람당 1-3개의 계좌를 개설해 통장 원본과 체크카드 등을 넘겼다.대부분 용돈이 부족한 대학생이었지만, 일부 학생은 후배에게 “통장을 만들어오라”고 시키거나 친구에게 “통장을 팔면 학생회장이 돈을 준다”며 소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수사기관에 걸리면 전단지 등을 보고 전화해 계좌를 개설했고, 학비가 없어서 그랬다고 진술해라. 나중에 벌금나오면 대신 내주겠다”고 시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수집한 통장들을 다시 돈을 받고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게 넘겼으며, 범죄조직 손에 들어간 학생들 명의의 통장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금을 보관하거나,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데 쓰였다.A씨에게 통장을 넘긴 학생들은 대부분 경찰에서 “총학생회장이라는 사람이 통장을 달라기에 별 생각없이 가져다 줬다. 범죄에 쓰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A씨는 후배들의 통장을 팔아 번 수 천 만원으로 고급차량를 타고 다니는 등 학생 신분에 걸맞지 않은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실제 경찰은 지난 8월 포항의 한 해수욕장에서 애인과 함께 요트 등을 타며 호화 휴가를 보내던 A씨를 순찰차 3대를 동원하는 추격전 끝에 붙잡았다.경찰은 A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A씨에게 통장을 판 학생 10여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대포통장 모집책 검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총학생회장이 가담해 대학가에서 대규모로 대포통장 모집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용돈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다수 가담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통장이 수집된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1년간 누적 판돈 1000억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기업형 조직을 적발, 도박개장 혐의로 5명을 구속하고 5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검거된 조직원만 63명에 달하는 이 조직은 2013년 5월부터 지난 해 6월까지 중국에 사무실을, 미국과 한국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뒤 판돈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형식으로 약 3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