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동천동에는 대구·경북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바로 ‘책마실도서관’이 그곳이다. 이곳은 흔히 다른 도서관에서 요구하는 ‘엄숙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웃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나누는 말 그대로 ‘정보 교환의 공간’이다.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희망’의 놀이터다. 책을 읽으라는 부모님들의 강요가 없는 다각적인 시각에서 책을 보고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대구북구여성회’와 함께 지역 문화 개선을 위해 힘쓰는 ‘책마실도서관’의 이런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김경희 관장의 노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성의 인권을 위한 여성운동가로써 그리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희망전도사로써 하루의 시간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 그녀. 본지는 11일 책마실도서관 김경희 관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대구 북구 강북지역에서 책마실도서관이 인기가 많다. 이유를 설명한다면?이곳은 비록 작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책은 1만여권이 넘을 정도로 많다.거기에다 CD와 DVD도 100여점이 넘는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작은 도서관 기준은 10평 이상의 공간에 책이 1천권 이상 있어야 한다. ‘책마실도서관’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하지만 이곳을 도서관다운 도서관으로 만들자는 지역민들과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책은 조금씩 늘어갔다.개인이 직접 책을 기증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아름다운 재단 등 여러 단체에서도 많은 책을 기증해 줬다. 또 문학나눔과 여러 출판사에서도 이곳을 좋게 보시고 많은 책을 기증해 줬다.이곳을 찾은 여러 작가들도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1박스씩 담아 보내주기도 했다.대구시에서도 작은도서관에 1년에 한 번 지원금을 주는데 이것 역시 모두 책을 구입하는데 사용한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강사들도 외부에 나가서 받는 강사비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다. 물론 다른 지역 작은도서관들처럼 이곳도 재정적으로 너무 어렵다. 매달 살 수 있는 책이 10권 정도가 전부다.하지만 이곳이 다른 도서관과 달리 조금 더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책이 많은 것도 이유이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운영시스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주기적인 여러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서부터 어른들까지 다른 곳에선 경험하기 힘든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책과 관련된 일에 매진하게 됐는가?대구에 이사를 오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곳에 도서관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당시만 해도 이곳엔 작은 도서관이 없었다. 그냥 여러 엄마들끼리 품앗이를 하면서 공원에서 노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중 여성회회원이신 분을 통해 이곳에 도서관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후 ‘책마실도서관’이 생겼고 이곳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엄마도서관학교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을 찾게 됐다.하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본인 역시도 처음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 ‘책마실도서관’을 찾았다.하지만 이것이 인연이 돼 대구북구여성회를 알게 됐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무엇보다 여성회는 모두 후원회원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었다. 시민사서와 도서관소식지 발행, 여성회 지부장을 하면서 4년 전부터 관장으로 도서관 일을 맡게 됐다. - 도서관 관장과 북구여성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힘들거나 즐거웠던 점이 있다면?이용자입장과 운영자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이용자 입장에선 정말 이곳이 편했다. 마음이 넉넉해서 그랬다. 자신이 읽고 싶었던 수없이 많은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넉넉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영자 입장이 되니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도서관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람들을 맞이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즉 역할이 달라지다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되고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말하면 즐거움과 책임감이 항상 공존하다보니 이용자일 때보다 조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힘든 점은 아마 여러 단체가 모두 겪고 있는 것처럼 재정문제를 들 수 있다.이곳에서 진행되는 여러 강좌도 항상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초창기에는 재정도 재정이지만 공문 등의 문서를 다루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이끌 계획인지?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1회 연임이 가능한 것까지 포함하면 4년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본인은 내년이 되면 5년째 관장을 맡게 된다. 이유는 이전에 계셨던 관장님이 개인적 사정으로 남은 1년을 채우지 못해서 우여곡절 끝에 5년을 맡게 됐다.처음에 도서관이 좋아서 왔었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게 너무나 좋다. 특히 지금은 이 일을 계기로 경북대학교 대학원 문헌정보학과에 다니고 있다. 작은도서관이지만 체계적적이고, 안정적인 도서관운영을 위해서다. 도서관에서의 활동은 계속 할 것이다.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책마실도서관’의 발전성이다.지난달 8일부터 17일까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소속으로 도서관 문화의 선진국인 북유럽 도서관 탐방을 다녀왔다.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도서관은 2010년부터 도서관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공간을 크게 4개로 구성했다.나눠보면 1. 도서관은 도시를 향해 열린 공간을 구성하며, 사람들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카페공간을 확장했다(만남의 공간) 2. 새로운 학습공간을 배치했으며 연구를 위한 더 많은 장소를 확보했다(학습의 공간) 3. 향상된 이벤트 공간(수행의 공간) 4. 새로운 전시 및 문학의 공간(영감의 공간) 등이었다. 우리 ‘책마실도서관’이 나아가는 방향과 비슷했다. 도서관이 딱딱한 공간이 아닌 즐거움의 공간으로 변해야지만 책에 대한 모습도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란 것을 서로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앞으로도 언제나 변화를 추구하는 ‘책마실도서관’을 꼭 기억해주고 사랑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지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