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에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된 가운데 대구시내 각 시험장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차량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이날 대구와 경북 지역은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였지만 매년 수능 때마다 이어지던 한파는 다행히 없었다.날씨 때문인지 수험생들은 교복이나 가벼운 트레이닝복장을 입고, 한 손에는 도시락과 방석 등을 든 채 각 시험장 교문을 들어섰다.수험생 대부분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교문 앞에서 응원해 주는 선생님과 후배들의 낯익은 얼굴을 본 뒤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학생들의 응원을 위해 시험장을 찾은 시민단체와 대구지역 대학은 교문 앞에 부스를 꾸리고 커피, 녹차 등의 따뜻한 차를 건네며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왔다.대구지역 24지구 제15시험장인 대구여고에서 만난 김유리(19)양은 “마지막 시험이 오늘”이라며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수생 유지현(20)씨는 “두 번째 수능이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것은 똑같다”며 “긴장해서 떠는 일 없이 차분하게 문제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시험장 앞에서는 자녀들을 보낸 뒤에 차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학부모들과 각 학교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박병석(38) 교사는 “수험생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며 “평상시대로 하는 만큼만 나오면 더 바랄 바가 없다. 이게 교사의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수험생 아들을 둔 이미연(48·여)씨는 “가족들의 힘찬 응원을 받아 시험을 잘 보고, 웃는 얼굴로 시험장에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교문 앞에서 계속 학교 안을 바라보고 있던 김정진(53)씨는 “큰애도 수능을 치러서 이번이 두 번째인데도 똑같이 긴장되고 떨린다”며 “그동안 고생해 온 결과를 하루 만에 받을 우리 애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고 전했다.수능 때마다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시험장에 늦은 일부 수험생들은 경찰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에 도착했다. 수험생이 지정된 시험장이 아닌 곳에서 수능을 치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학생 3명을 태운 한 차량이 네비게이션에 영진고를 영남고로 잘못 입력했고, 결국 시간에 쫒긴 수험생들은 영남고에서 수능을 보게됐다. 또 도시락을 두고 간 아들이 걱정돼 도시락을 들고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일부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날 오후 4시 10분께 대구지역의 각 시험장은 수험생을 마중 나온 가족과 친구들로 북적였다.대구시교육청 제24지구 제15시험장인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자고등학교 정문에는 시험 종료 1시간 전부터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올해는 매년 있던 수능 한파가 없었던 탓인지 학부모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목이 빠지게 학교 안을 들여다 보며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렸다.4교시(사회·과학·직업탐구)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학부모 등 300여명은 학교 정문으로 모이기 시작했다.이들은 초조한 눈빛으로 교문 안쪽을 바라보며 수험생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4시 10분께가 조금 지나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학부모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가 자녀들을 반갑게 맞았다. 수험생들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눈시울을 붉히는 학부모들도 있었고, 자녀들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꼭 안아주는 모습도 보였다.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지영(46·여)씨는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며 “만나자마자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줬다”고 말했다.이철진(49)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그동안 수능 준비에 고생한 딸이 대견스럽다”며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를 해야 겠다”고 전했다.수능을 마친 학생들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마중 나온 가족과 친구들을 반겼다. 올해 수능의 경우 국어와 영어가 다소 어려워서인지 일부 수험생들은 학부모를 만나자 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도 곳곳에 보였다.혜화여고에 재학 중인 남가람(19)양은 “국어가 1교시인 것도 있었지만 확실히 국어가 제일 어려웠고, 영어 또한 어려웠다”며 “수능이 끝났으니 우선 잠을 좀 자고 싶다”고 말했다.정은아(19·정화여고)양은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얘기했는데 1, 2교시가 잘 봤는지 못 봤는지 모를 정도로 헷갈렸다”며 “당분간은 수능을 좀 잊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지었다.한편 대구·경북에서는 총 124개 시험장에서 모두 5만9225명이 수능에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