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가 예산비리, 채용비리 등 각종 비리로 오명을 쓰고 있는 가운데 버스운행제도에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도로사정에 적합하지 못한 제도 탓에 종점이 가까워질수록 서행을 하거나 아예 정차하는 버스도 어렵잖게 목격되고 있다.지난 20일 오전 9시 12분께 대곡에서 칠곡지구까지 운행되는 706번 버스는 북구 서변동 국우터널을 지난 뒤부터는 서행을 시작했다. 버스 안에는 아직도 8명의 승객들이 있었지만 기사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30여km가 조금 못 미치는 속도로 칠곡주공그린빌1단지 건너와 보병50사단 앞 정류소 등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 속도라면 4분여 정도면 도착했을 거리를 10여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이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내리는 칠곡그린파크 정류소에선 아예 앞으로 조금 빠진 후 정차해버렸다. 이 버스는 이후 5분여의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다음 정류소로 향했다.다른 버스도 상황은 같았다.21일 오후 3시 41분께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유통단지회차지를 왕복 운행하는 323-1번 버스는 코스트코홀세일 건너편 정류소서부터 아예 서행을 시작했다. 검단유성아파트 쪽으로 빠지기 위해 좌회전을 받아야 했지만 신호가 한 번 이상 걸릴 것을 감안해 신호대기로 늘어나는 차량의 숫자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좌회전 신호가 짧다는 것을 파악하고 시간을 늘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후 대구우편집중국 앞에서부터는 아예 신호를 고의적으로 받아가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버스 안에는 3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버스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전자관에 다다를 무렵에는 아예 남은 2명의 승객에게 “어차피 종점이 얼마 안 되니 걸어서 가십쇼”라며 승객들에게 하차하라고 말했다. 그는 “종점에 도착할 때 걸려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너무 빨리 도착하면 벌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버스에서 내린 한 승객은 “지하철도 종점이 다가온다고 서행하거나 승객보고 내리라고하지 않는데 버스는 어떻게 승객보고 내리라는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승객을 위한 버스개편 등을 했다고 하지만 정작 바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대구의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교통 시설 투자 장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인식한 정부가 보다 다양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05년 1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역할을 재정립하고 향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공동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문제는 버스와 버스간의 간격유지를 평균 교통량과 비례해 운행시간을 지정, 조금 더 일찍 도착하거나 늦게 도착했을 때 개인적으로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대구의 모든 시내버스는 지나가야 할 버스정류소 통과시간이 있는데 늦거나 빨리 그곳을 지나치게 되면 벌금을 내거나 문책을 받는다”며 “이런 이유 탓에 버스 운전기사들 모두가 종점을 앞두고 서행을 하거나 정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