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지 반년가량 지나 거의 백골로 변한 A(55)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혼 후 홀로 지내던 그의 죽음을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앞서 1일에도 달서구 한 원룸에서 홀로 지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B(68) 씨가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B씨도 이혼 후 혼자 살고 있었고, 가족과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고독사(孤獨死)’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수치와 정황으로 금방 알 수 있다. 고독사의 증가는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느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고독사는 아직 법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부족하다. 고독사 추이를 짐작해볼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가 고작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2011년 682명에서 지난해 1008명으로 4년간 47.8%나 증가했다. 홀몸노인 138만명 시대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과거와 달리 40, 50대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품 정리 대행업체 스위퍼스가 2012년부터 올 9월까지 맡은 234건의 고독사 유품 정리 및 장례를 분석한 결과, 연령별로는 50대가 39.3%(92명)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6.6%(39명), 60대가 14.1%(33명), 70대가 11.6%(27명)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관계망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1인가구연합 고독사방지센터는 “고독사의 주요 원인은 인간관계망 약화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붕괴된 관계망을 복원하는 것이다”며 “후견인 등이 돼주는 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1인 가구에 제2의 가족과 결연을 하는 등 고독사 방지 운동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에 접근한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 긴급사태를 알릴 수 있는 버튼을 집에 설치하거나 일정 기간 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관계기관에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을 갖춘 요코하마시,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걸어주는 후쿠오카시가 좋은 예다. 도쿄와 나고야시에서 도입한 홀몸노인과 싱글족, 맞벌이 부부 등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주택도 적극 참고할 만하다.사태가 심각한대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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