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25일만에 조계사에서 스스로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24분께 모습을 드러낸 한 위원장은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관음전을 나와 대웅전에서 3배를 한 후 20여분간 한국불교문화역사문화기념관에서 자승 스님과 면담했다.이어 기자회견을 위해 생명평화법당으로 자리를 옮긴 한 위원장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검은 머리띠를 매고 마이크를 잡았다.한 위원장은 우선 “노동자의 처지를 의탁한 25일 동안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여 주신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이어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노동개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이 주는 국민적 재앙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저 하나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닌 단지 해고 노동자일 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1급 수배자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명은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고 투쟁한 것”이라며 “구속을 피하진 않겠다. 그러나 법정에서 광기어린 공안탄압의 불법적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법정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그는 다소 쉰 목소리로 기자회견 내내 노동개혁법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정부와 여당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98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에 대한 꿈을 없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다”며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이냐”고 정부에 되물었다.야당을 향해서도 “재벌을 살릴 것인지 노동자를 살릴 것인지 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저울질 할 것이냐”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개악 법안 처리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재앙, 국민대재앙을 불러 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2000만 노동자의 생존을 걸고 정권이 두려워하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지난 11월14일 총궐기에 대해서도 폭력 시위를 이야기 하지만 국가 공권력의 폭력진압에 대한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느냐고도 항의했다.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15분께 일주문을 나와 검거를 위해 대기중이던 경찰차에 호송됐다.앞서 한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자승 스님은 “종단이 그동안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오늘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일방추진을 멈추고 민중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경찰은 최후통첩 시한인 9일 오후 조계사 인근에 1000명 상당의 경력을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매트를 설치하는 등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경찰이 30-40분간 이어진 조계종 직원들과 대치 끝에 관음전 출입구를 확보하면서 상황은 검거 일촉즉발로 치달았으나 돌연 조계종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상황은 유보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오전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찰력 투입 자제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