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도 결국 ‘입법 제로’로 마감하면서 여야 간 합의된 ‘정기국회 내 쟁점 법안 처리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고 국회는 입법기능을 상실했다. 곧바로 10일 임시국회를 열고 다시 주요 법안 타결을 시도하지만 연내 처리는 요원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대 국회는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하며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쳤음으나 결국 ‘속 빈 강정’이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일 밤을 새워가며 쟁점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사회적경제기본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과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정기국회 안에 ‘합의 후 처리’키로 약속했다. 하지만 9일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날까지도 법안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는 등 합의를 위한 최소한 노력도 등한시했다지난 9월 1일부터 100일에 걸쳐 열린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회의에 처리된 법안은 고작 355건에 불과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한 각종 동의안 등을 모두 포함해도 처리 의안건수는 408건에 그쳤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9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만7222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 수는 5449건으로, 전체 제출 법안의 31.6%에 그쳤다. 10건 중 3건이 가결된 셈이다. 30%대 가결률은 역대 국회 중 최악의 성적표다. 18대 국회에선 총 1만3913건 법안이 발의돼 이 중 6178건이 입법화돼 가결률 44.4%를 기록했다. 17대 국회 때는 발의 법안 총 7489건 가운데 3775건이 본회의서 가결돼 가결률 50.4%를 보였다. 이보다 앞선 16대와 15대가 각각 62.9%, 73% 가결률을 올린 것을 상기하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으로도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이번 19대 국회 들어 법안 처리 실적이 크게 낮아진 것은 각종 정치현안을 놓고 여야 간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수시로 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가 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0%대 가결률은 여야가 정쟁으로 국회 고유 역할인 입법기능을 소홀히 했음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12월 임시국회가 주요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임시국회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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