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전 한국전쟁 당시 6000명을 파병했던 에티오피아는 시간이 멈춘 듯 우리네 가난했던 60년대의 모습과 꼭 닮았다”아프리카 유일한 6·25전쟁 참전국이었던 에티오피아를 보은(報恩)의 마음으로 지원하고자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방문한 백선기 칠곡군수의 첫 말이다.낙동강전투, 다부동전투 등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던 칠곡군이 에티오피아를 돕고자 나선 것은 지난해 지역축제인 낙동강 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 월드비전과 함께 ‘평화의 동전밭’을 조성하고부터다.올해 8월부터는 디겔루나 티조 지역에 칠곡평화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해 현재 421계좌에서 3만원씩 매달 1263만원이 모이고 있다. 순수개인이 124계좌, 공무원 91계좌, 기업 48계좌, 단체 41계좌, 어린이집 39계좌 등 수많은 지역주민과 단체들이 참여 중이다.경북도교육청과 칠곡군은 경북 159개 초등·중학교에서 모금한 1억2000만원으로 티조 지역에 초등학교를 건립하는 성과도 올렸다.창고 돌바닥에 거적을 깔고 앉아 말하기 정도만 배웠던 100여명의 학생들이 기자재가 있는 단층으로 된 깔끔한 학교에서 읽기, 쓰기 등을 배울 수 있게 됐다백선기 군수도 에티오피아 방문 중이던 지난 9일 디겔루나 티조학교 현판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칠곡평화마을 조성지인 디겔루나 티조 지역의 경우 중심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옥들이 흙과 밀집, 소똥을 섞어 반죽해 만든 움막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백 군수는 “가축 배설물을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하는 풍경이 우리나라 60년대 같았다. 아이들이 ‘쵸콜렛 기브 미’ 할 때마다 지갑에 든 것 전부를 꺼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에티오피아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식수다. 물탱크, 배관시설을 갖춘 우물 하나를 만들면 주변 2-3㎞까지 식수 공급이 가능하다. 비용은 2-3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칠곡군은 앞으로 티조 지역 아동들과의 1:1 결연 지원방식을 넘어 식수, 교육 등의 기반시설을 건립하고 주민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백선기 군수 일행은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지난 7일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충청북도 언론사와 교육청이 세운 쉬로메다 취업훈련학교 둘러보고, 에티오피아 6·25참전용사 공원을 참배했다.김문환 에티오피아 한국대사는 에티오피아 주민들이 한국에 거는 기대를 전하며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함께 백선기 군수 일행을 환영했다.국가보훈처와 강원도 춘천시가 지난 2006년 아디스아바바에 2-3000평 규모로 건립한 6·25참전용사 공원을 참배하며 백선기 군수는 “은혜를 갚으러 왔다”고 말했다.참전용사들은 기념배지를 달아주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우리들이 지킨 한국이 이렇게 경제대국이 돼 도와주러 온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전했다.에티오피아 도착 이튿날인 지난 8일에는 200㎞를 차량으로 이동해 칠곡평화마을조성 지역인 디겔루나 티조 마을을 찾았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는 최근 전철이 개통되고 주요 외곽 간선도로들도 2차선 포장이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도로형태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이 열악하다.에티오피아인들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이 첫째가 6·25전쟁이고, 둘째가 바로 도로라고 한다. 가이드를 맡은 교민은 “중국자본이 지은 대부분의 도로와 달리 대우 등 국내기업이 지은 도로가 그만큼 견실하게 시공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티조 지역에서 칠곡평화마을 조성 현판식을 마친 뒤 9일에는 현지 결연아동 가정방문이 진행하면서 가방, 학용품, 축구공 등을 전했다.“아이들을 보고 그냥 올 수 없어서 가이드에게 특별한 선물이 없는지 물으니 염소가 가장 좋다고 했다” 백선기 군수 일행은 특별히 웃돈을 주고 새끼가 달린 염소와 새끼를 밴 염소를 각각 두 가정에 깜짝 선물로 전했다. 우리 돈으로 5만원정도인 암컷염소는 젖을 식용할 수도 있고 새끼도 잘 쳐 유용성이 높다고 한다.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칠곡군과 월드비전은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을 통해 에티오피아 칠곡평화마을 조성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백선기 군수는 “6·25전쟁 참전국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다”며 “에티오피아에 대한 지원은 마땅한 보은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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