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개와 함께 신천둔치를 산책하지만 반려동물 배변 봉투함이 채워져 있는 것은 몇 번 보지 못했습니다”지난 8일 오후 대구 신천둔치에서 4살 불도그와 함께 산책하던 강미정(50·여)씨는 “배변 봉투함이 비어 있을 때가 많아 항상 집에서 봉투를 챙겨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시 남구가 설치한 반려동물 배변 봉투함이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구에 따르면 신천둔치 희망교-중동교 사이의 반려동물 배변 봉투함 두 곳은 올바른 애견문화 정착을 위해 2015년 설치됐다. 신천둔치 일대에서 반려동물 배설물 방치 등으로 인한 민원이 속출하자 이 같은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신천둔치와 인접한 중구, 남구, 수성구에 사는 반려동물은 1만9993마리다. 이는 대구시에 등록된 반려동물 6만6306마리의 약 30%에 달한다. 남구청 시장경제과 관계자는 “산책로와 운동장이 남구 쪽으로 넓게 조성돼 있어 반려동물 관련 민원 대부분이 남구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구는 매해 약 40만원의 구비를 들여 봉투 3만여매를 비치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목줄 미착용, 배설물 방치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평일 오전 6시에서 오후 8시까지 공공 근로 인력을 활용해 안내·계도 활동 등을 벌이기도 한다. 문제는 일부 시민들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인해 배변 봉투가 지나치게 빨리 소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8일 오후 방문한 신천둔치의 배변 봉투함 두 곳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아침마다 구청 직원이나 공공 근로자들이 봉투를 채우고 있다”며 “한 장씩 사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몇몇 시민들이 한꺼번에 여러 장을 가져가다 보니 금방 줄어든다”고 설명했다.이어 “신천둔치 일대를 돌아다니는 공공 근로자들이 계속 배변 봉투함만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남구는 이 같은 문제의 개선 방안을 찾는 한편 시민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배변 봉투함 및 안내·계도 사업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반려동물 배변은 소유자가 직접 치우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봉투를 추가로 공급하는 등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