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인 LG그룹의 모태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라는 사명으로 시작해 70년 넘게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으며 국내 대표 화학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제2의 반도체’로 기대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발군의 글로벌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LG그룹 상장 계열사 12곳 가운데 시가총액(25조원) 1위, 전체 상장사 시총 6위권인 배경이다. LG화학은 또 지난 9일에는 세계 화학사 중 최초로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발행 규모는 15억6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경우에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어서 LG화학은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LG화학이었기에 최근 미세먼지 배출 조작 사태로 인한 충격은 더욱 컸다. 환경부는 전남 여수산업단지 사업장 조사에서 LG화학을 포함한 6개 기업의 사업장이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량 수치를 조작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또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은 LG화학을 포함한 39개 업체들이 발암성 오염물질을 측정조차 하지 않은 채 배출했다고 폭로했다.이에 LG화학은 여수 공장 폐쇄와 보상 및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그 악영향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SNS상에서는 “중국이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해놓고 한국 대기업이 이런 짓을 하면 중국에 어떻게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나”, “앞에서는 공기청정기 팔고 뒤에서는 미세먼지 뿜는 LG”, “공기청정기 팔기 위해 미세먼지 배출 조작했나”, “LG유플러스, LG전자 제품에서 갈아 탈거야”, “피해 여수 주민들에게 10조 보상하라" 등 잇따라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월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 자료를 이용해 세계 화학기업 가운데 자사의 브랜드 가치가 미국 듀폰을 제치고 4위(33억달러)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브랜드 가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LG화학은 사태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창립 때부터 강조해온 ‘정도경영’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많은 이들이 LG화학의 책임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