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성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기본이죠.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도 몰랐던 제품을 지금까지 써봤더니 괜찮더라,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시골 보따리 약장수나 할 법한 말이죠”시민단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지난달 2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의 일부분이다.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며 글로벌 신약 유망주로 주목받던 코오롱은 일순간 ‘시골 보따리 약장수’로 전락했다. 인보사에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 성분(신장세포·GP2-293세포)이 들어간 사실이 15년 만에 드러났다. 코오롱이 이름만 같은 다른 선수를 링에 올린 셈이다. 코오롱 측은 “‘명찰’(이름)만 바뀌었을 뿐,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여부를 떠나 허가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른 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다. 제품의 안전성도 현재로선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장세포는 현재까지 의약품 성분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 약 4만 건의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생물정보를 공급하는 미국표준균주은행(ATCC)은 신장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람의 몸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코오롱 측은 “철저하고 완벽한 방사선 조사로 신장세포의 종양원성(암 유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정면 대응했지만, 방사선을 조사해 세포가 노화될 경우 전염증성 세포로 변해서 종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인보사의 국내 임상 3상은 159명 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 3상이 적게는 1000명, 많게는 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31분의 1~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1년간 장기 추적한 환자도 12명에 그쳤다.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후 국내 의료기관 443곳에서 총 3403명이 인보사를 투여했는데, 평균 추적기간도 고작 1년 4개월이다. 코오롱 측의 안일한 대응 자세도 문제다. 국민의 불안은 커져만 가는데 책임있는 반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코오롱은 지난 2월 말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도 뒤늦게 식약처에 보고했다. 그리고는 지난달 1일이 돼서야 판매중지를 결정했다. 또 인보사 개발을 본격화한 2004년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연골세포와 신장세포를 구분하지 못했고, 식약처도 검사를 요구하지 않아 15년간 세포가 바뀐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허가취소 처분까진 내리진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2017년 7월 허가승인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수는 3707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유의미한 부작용이 없어 제품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국민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제공하고 이를 관리할 의무가 있는 제약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회사가 입는 타격은 불가피 하더라도 제품을 믿고 처방 받은 이들의 아픔은 달랠 필요가 있다.  코오롱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식약처 조사에 가능한 적극적으로 협조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제약사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식약처는 코오롱이 임상시험부터 최종 허가를 받을 때까지 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인보사의 안전성 문제를 철저히 점검해 합당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 건강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의약품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잘못된 과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망설이지 말고 돌아나가는 것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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