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째 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곁에서 계속 모실 겁니다”어버이날(5월 8일)을 앞두고 올해 (재)보화원의 효행상을 받은 황옥녀(73·여·대구시 달서구 상인2동)씨는 7일 “효행상이라는 게 따로 있는 줄 몰라서 처음에는 당황했다”면서 “그렇지만 무뚝뚝한 남편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해줘서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1971년 남편 김성태(73)씨와 결혼했다. 딸 부잣집 차녀 황씨와 옆집에 살던 아들 부잣집 장남 김씨의 결혼을 이들 부모가 주선하면서다.황씨는 김씨와 결혼한 뒤 대구시 서구 내당동 한옥에서 조부모 내외와 시부모 내외까지 모두 4명을 모셨다. 황씨는 김씨와 사이에 1남 2녀 자녀까지 둬 모두 9명의 대가족이 한집에서 생활했다. 청소부터 빨래, 식사 준비, 설거지까지 이들의 뒷바라지는 모두 황씨의 몫이었다. 황씨는 “가끔 어른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혼을 낼 때도 말대꾸나 싫은 소리 한번 한 적 없다”면서 “대신 남몰래 옥상에서 눈물을 훔친 적이 많다”고 말했다.황씨는 조부모와 시부모를 모시며 겪은 고충도 털어놨다. 황씨는 “내 몸이 아픈데 토로할 때도 없이 가족을 돌봐야 할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황씨 부부는 현재 90대의 시부모와 막내아들 내외, 손자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황씨는 전업주부지만 그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남편이 운수업을 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차린 뒤 손자들 등하교를 시키고 어른들을 모시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면서 “하루에 밥상만 3번 이상 차려야 해 생각보다 일이 많다”고 했다.그러면서 황씨는 “시모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증세가 더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보살피고 싶다”고 했다. 황씨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황씨는 “요즘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면서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