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차량을 타고 포항시 남구 대잠동 센트럴하이츠 아파트 뒤편에 도착하자 울창한 숲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과 기계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터 입구에는 ‘포항 상생공원 조성사업 현장’이라는 글귀와 함께 ‘안전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가까이 접근해 마주한 공터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
곳곳에 널브러진 잡목들과 파헤쳐진 흙더미, 그곳을 지나다닌 차량 바퀴의 흔적들이 뒤엉켜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소나무가 가득한 울창한 숲이자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책로였던 이곳은 공원일몰제 시행과 함께 ‘포항 상생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실시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십, 수백 년 동안 한 곳에 자리했던 나무들이 기계들에 의해 하나둘씩 베어져가면서 울창했던 숲은 말 그대로 ‘공(空)’터가 됐다.
센트럴하이츠 주민 A씨는 “작년 12월에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집에서 봤는데 처참했다”며 “아무리 아파트가 들어선다지만, 소중한 나무를 저렇게 베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곳 공터에는 오는 2025년까지 포스코건설의 ‘포항대잠 더샵·힐스테이트’ 266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공사에 앞서 문화재 조사를 위해 2만㎡에 달하는 부지를 대상으로 벌목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벌목이 무단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담긴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되면서 포항남부경찰서는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업자와 포항시 공원과 공무원 등을 불러 1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고발인은 아파트 부지는 비공원시설에 해당해 건축허가 등이 이뤄진 이후 벌목이 이뤄져야 하지만, 사업자와 포항시는 건축허가 이전에 비공원시설 부지 약 6만㎡에서 무단으로 벌목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벌목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벌목과 관련해 허가가 중복으로 이뤄졌다며 반박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원 전체 부지인 94만㎡ 부지를 대상으로 산지전용허가가 났기 때문에 비공원시설(아파트 부지)에 대한 허가는 오히려 중복허가가 되는 셈”이라며 “관련 허가증이나 납부영수증도 있고, 절차를 다 이행 완료해서 벌목을 진행했기 때문에 산지관리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