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구경북 제조업체들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대구경북 제조업에 미친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금년 3월 중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급등하는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부품·소재 등 중간재 가격도 이에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9%대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최근 원자재 및 부품·소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급불균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주요 원자재 공급난이 심화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국 간 무역대결 심화, 친환경 경제전환 등 중장기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원자재 및 부품·소재의 조달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업체 중 92.4%는 최근 원자재 및 부품·소재 가격이 상승했다고 답변했다. 대체로 2022년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가격이 정점에 도달한 후에도 완만하게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상승 원인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 및 공급부족(68.1%)을 주로 꼽았다. 원자재 및 부품·소재의 가격 상승으로 절반이상(52.1%)의 업체가 생산차질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고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는 업체는 80.1%를 차지했다.
소규모 업체의 매출 및 수익성 타격이 컸고 업종별로 기계장비, 섬유, 자동차부품이 원자재 및 부품·소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및 부품·소재의 가격 상승에 대해 판매가격 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답변(56.7%)이 가장 많았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수준은 20% 이하로 낮았다. 절반 이상의 업체가 판매가격 반영까지 1분기(3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답변해 반영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판매가격 반영이 어려운 이유로는 경쟁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서라는 답변이 45.2%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역 업체들은 비용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 중 64.9%는 무역갈등 심화로 수출입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 답변했고 52.1%가 친환경 경제전환으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갈등 심화에 대해서는 원자재 및 부품·소재 수입처 다변화(55.9%)를, 친환경 경제전환에 대해서는 친환경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36.2%)로 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미비한 업체도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각 3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비(非)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 제고 △저탄소 대응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 중소업체 가격협상력 제고 △공공요금 감면, 수입관세 인하 등 비용 절감 지원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에 대한 금융·보증 지원 등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난 4월21일부터 28일까지 원자재 및 부품·소재 가격 상승 현황 및 원인을 살펴본 후 기업의 대응 방안과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정책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대구경북지역 21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정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는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 및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