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이 외면받고 있다.
한때 무주택 성인들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매달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민간·공공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하는 청약통장은 가입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청약 가점을 줘,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골고루 준다는 취지로 1977년 도입됐다. 청약 통장을 만들어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고, 나중에 평수를 넓혀가는 것이 지난 50년 가까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자산 증식 공식이었다.
하지만 분양 가격이 시세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하던 청약통장을 버리고 떠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구에서 6만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15만8187명으로 전년 동기(121만7644명)에 비해 5만9457명 줄었다.
해지율이 4.8%로 대전과 함께 수도권 및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통장 해지율은 2.9% 수준이다.
대구의 해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은 미분양 물량 적체에 따른 `분양 제로`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구의 신규 아파트 분양은 1998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단 1가구도 없었다.
`묻지마 투자` 열풍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2만6000가구가 공급될 당시에는 청약통장이 내 집 마련의 필수품이었지만 분양시장 위축으로 통장 유지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연 4%대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2.8% 수준의 청약통장 이자율도 청약통장 해지에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