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 하나로 다시 일어선 삶, 불편은 있어도 불행은 없다”1985년 겨울, 변압기 작업 중 2만 2천 볼트 감전 사고. 스물두 살 청년은 하루아침에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스스로를 무너뜨리진 않았다. 발끝 운동으로 시작되는 매일의 훈련, 10~15분 단위로 쪼갠 일정, 저녁마다 남기는 성취 기록. 그렇게 쌓아 올린 루틴은 삶의 무게를 밀어냈다. 지금 그는 왼발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다루며 강단과 현장에서 강연을 이어가는 대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범식 특임교수다.   “장애는 불편함이지, 불행은 아닙니다. 상처를 지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저를 성장하게 만들었죠.” 대구대 산업복지학 전공과 직업 재활학 복수전공, 이어 석·박사 학위를 마친 그는 ‘중도 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PTG) 모형’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갔다. 현재는 사회복지학 교육뿐 아니라 교정시설 인성교육, 기업 대상 인식 개선 강연, 디지털 약자 IT 교육에 나서며 장애인의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법무부 장관상, DU 행복 인재상 등 굵직한 수상 이력과 함께, KBS·SBS·EBS·tvN 방송 무대를 통해서도 그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박하다. “청소년과 사회 초년생에게 ‘포기하지 않는 삶’을 전하는 것이 남은 사명입니다.” 그의 왼발은 더 이상 상실의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여는 황금 발이다.         이범식 교수 7문 7답   Q1. “발끝 하나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그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나요?   이범식: 1985년 겨울, 변압기 작업 중 2만 2천 볼트 감전을 당해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고,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절망이 컸지만, 규칙이 저를 살렸어요. 매일 아침 발끝 근력·정밀 운동, 10~15분 단위로 쪼갠 작업 루틴, 저녁엔 성취 기록을 남깁니다. 왼발로 포인터 이동–클릭–단축키를 결합한 표준 동작을 익혀 강의·연구·일상 전반을 수행합니다. 식사·필기·붓글씨도 발끝으로 합니다. 제 왼발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새 삶을 연 도구입니다. Q2. ‘공부는 재활이자 사명’이었다고 하셨죠. 학문 여정과 핵심 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이범식: 장애 이후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돕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대구대학교에서 산업복지학을 전공하고 직업 재활학을 복수전공했으며, 이어 석·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박사 논문은 ‘중도 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PTG) 모형’입니다. 상실을 지우기보다 의미를 재구성할 때 성장이 촉발된다는 점을 모형화했죠.   Q3. 강의실에서 지식보다 ‘태도’를 가르친다고 하셨습니다. 수업의 세 가지 원칙은 무엇인가요?   이범식: 첫째, 문제와 불행을 구분합니다. 문제는 해결 대상으로 다루면 됩니다. 둘째, 재시도 설계입니다. 처음엔 60% 완성도여도 좋습니다. 반복이 실력을 만듭니다. 셋째, 함께 배우기입니다. 도움 요청을 약점이 아니라 전략으로 보게 하죠. 이 세 가지가 쌓이면 ‘넘을 수 없는 벽’이 넘는 방법으로 바뀝니다.           Q4. 교단 밖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현장에서 무엇을 바꾸고 계신가요?   이범식: 현재 한국장애인재활상담사협회 이사, 한국장애인IT복지협회 회장, 경상북도 사회복지사협회 대의원으로 활동합니다. 또 법무부 교정 위원이자 대구구치소 인성교육 전문 강사로서 수형자 대상 인성·공감 교육을 진행합니다. 기업과 기관을 찾아 직장 내 장애 인식 개선 강의를 전국적으로 하고 있고, 디지털 약자를 위한 IT 교육도 꾸준히 이어갑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분명합니다. 인식이 바뀌면 제도가 움직입니다.     Q5. 연구 주제였던 ‘외상 후 성장(PTG)’을 삶과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계신가요?   이범식: 저는 상처를 지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상처의 의미를 다시 쓰는 연습 그게 제 재활의 핵심이었습니다. 상담·교육 설계에서도 사회적 지지–역할 복귀–타인 기여를 성장의 세 축으로 잡습니다. 초기 상담→직업 재설계→지역사회 참여로 이어지는 연속적 지원 체계를 만들려 합니다.     Q6. 대중과의 접점도 넓습니다. 수상·방송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셨나요?   이범식: 2014년 DU 행복 인재상,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2016년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EBS 〈희망 풍경〉 등에서 제 이야기가 소개됐고, 최근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아내와의 이야기도 들려드렸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용기가 생겼다”예요. 그 말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Q7.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를 들려 주세요.   이범식: 청소년·사회 초년생·직장인을 더 자주 만나 ‘포기하지 않는 삶’을 구체의 언어로 나누겠습니다. 또 상담, 교육, 디지털 연결을 묶은 통합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할 겁니다.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장애는 불편함이지, 불행은 아닙니다.” 장애는 제게 또 다른 삶의 방식이자 더 넓은 세상을 여는 기회였습니다.     ◐ 주요 경력• 전) 대구대학교 산업복지학과 학사/직업재활 석·박사• 전) 문경대학교 사회복지재활과 겸임교수• 전) 영남이공대학교 청소년복지상담과 겸임교수• 현) 한국장애인재활상담사협회 이사• 현) 경상북도 사회복지사협회 대의원• 현) 법무부 교정위원 / 대구구치소 인성교육 전문 강사• 현) 한국장애인IT복지협회 회장• 현) 대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수상·방송• 수상: DU 행복 인재상(2014) / 보건복지부 장관상(2015) / 법무부 장관상(2016)• 방송: KBS 〈사랑의 리퀘스트〉 /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EBS 〈희망 풍경〉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핵심 메시지: “상처를 지우기보다 의미를 재구성하라. 인식이 바뀌면 제도가 움직이고, 방법을 배우면 벽은 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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