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세계거부들의 사회기부활동이 이어지면서, 더러는 자신이 죽은 뒤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데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이 중심역할을 해 오고 있다.    버핏은 이런 취지에서 가진 한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그동안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은 이 사회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살아왔습니다. 한마디로 행운아들이죠! 제가 만약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맹수의 점심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 제가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먼 곳에, 다른 먼 장소에 떨어졌더라면 그야말로 하찮은 존재로 살아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이 위대한 사회덕분이며, 그 속의 한부분에 제가 잘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와 같이 자신의 성공이유를 전적으로 사회시스템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일반인은 연소득의 약 2%를 부자들은 연소득의 약 6%를 매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즉 부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기부활동은 부자들보다도 오히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많이 하며, 부자들이란 그저 생색내기식의 기부활동을 할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집 배달원 고 (故)김우수 씨의 사연은 우리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중국집 배달원 생활을 하며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서 어렵게 살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70만원 안팎인 월급을 쪼개 매달 5만~10만원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살아있을 때 “나눔 앞에서 가난은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삶에서 어느 한 순간 빛이라고 할 만한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매달 70만원 월급을 쪼개 아이들을 도울 때만큼은 내 삶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이다”고 말해 모두를 숙연케 했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비자발적이고 준조세 성격이 짙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정부 주도였던 모금활동이 민간기구로 이양되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확대되었으며, 개인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됨에 따라 기부방식도 다양화되고 기부 정보채널도 확대되는 등 기부환경이 많이 변화되고 있다.    또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등 관련 제도의 개선도 따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공제혜택 제공을 위한 논란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2011년에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한 사람들이 노후에 생활이 어렵게 될 경우, 정부가 돌보아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명예기부자 법`, 이른바 `김장훈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물론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이 기부금을 세금에서 공제해준다거나 고액기부자를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보다 진실된 기부행위는 이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 그리고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기부는 남을 위해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며, 조건 없는 사랑의 표현이다. 아무리 적은 돈을 버는 사람들의 기부금도 값지게 쓰인다. 지금까지 국가나 사회에 기부금을 낸 분들을 보면 돈이 많아서 기부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가운데 검소한 생활을 하던지 절약을 하면서 푼푼히 모은 돈으로 기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부는 어떠한 원칙에 따른 일률적인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이어야 한다. 많이 벌어야만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평생 나누지를 못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꼭 돈으로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지식, 경험이나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눌 수도 있다. 나아가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시선을 나눌 수도 있고, 생각을 나눌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연말이 좀 더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맞이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철환 (단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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