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언론인 친구=무한동력이 뭔지 알지?나=에너지를 스스로 영구적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이잖아. 휘발유 없이도 가는 차. 뭐 이런 거 아냐? 그런 거 하나 있으면 평생 먹고 살 걸.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거지만. 근데 왜?
친구=요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바로 무한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네 먹고 살 것 스스로 만들지. 한 번 만들면 무한하게 끌고나가지. 그렇잖아? 나=말 되는 거 같네.
친구=출판기념회 명목으로 정치자금 모금하는 거, 욕 얼마나 많이 먹어? 근데 그거 고칠 거 같아? 특권 내려놓겠다고 야당대표가 나서고 여당도 맞장구치는 것 같지만 못 고칠 걸. 나=왜 안 고쳐질 것 같아?
친구=국회의원들이 자기네 손해날 일 하는 거 봤어? 원고대필 비용에, 종이값, 인쇄비, 행사비 합해 5000만원 정도면 최고 10억까지도 번다는데 그걸 왜 포기해? 지방선거 앞두고 립 서비스하는 거야. 그뿐이냐. 하루만 국회의원 지내도 매달 120만원씩 연금 받는 거 없앤다했지만 제대로 고쳤다는 말은 없잖아? 우리가 매달 120만원 받으려면 20년 이상, 한 달에 10만원은 더 부어야 할 걸. 세비도 30% 줄인다고 했지? 근데 줄였다는 말 들어봤어? 이게 전부 선거 때 나온 약속들이야.나=아니, 근데 다른 명목으로 돈 더 받아가게 됐다는 기사는 읽은 거 같은데. 사실인가?
친구=이 사람들이 말이야, 국민들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 죽자고 반대하면서 자기네들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언제나 한 편이야. 염치는 있는지 자기네 이익 챙길 때는 들킬까봐 몰래하더라고. 모르긴 몰라도 국회의원들이 그런 이익 지키려고 만든 법이 열 손가락, 아니 백 손가락도 넘을 걸. 나=어떻게 하면 그런 짓 더 안 볼까?
친구=입법권을 확 뺏어야 해.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말이야.나=그건 어떻게 뺏을 수 있냐?친구=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해야지. 나=그 사람들이 그런 입법을 하겠냐? 자기네 손해 날 법을 왜 만들겠어?
친구=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들을 무한동력이라고 했지. 나=웃기지마. 그런데 대한민국 공무원들도 무한동력이야. 그들도 자신들의 존재를 위한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내잖아. 예를 들면 공무원 연금개혁 말이야, 공무원들이 그 일을 맡고 있는 한 절대 안 된다는 거 아냐? 민간 전문가들 시켜 개혁안 만들게 하고는 맘에 안 들면 다른 전문가들에게 다시 맡겨 자기네 맘에 들 때까지 안을 새로 만들게 하는 힘, 그런 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무한동력의 원천이지.
친구=각종 규제도 분석해보면 그런 측면에서 해석될 만한 게 많을 거야. 직접적으로 떡고물이 떨어지게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나=공기업에 공무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도 그들 아니면 풀 수 없는 규제 때문일 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공무원 출신들이 그러잖아.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 문제가 있는지 정말 몰랐다”며 자기네가 만든 규제를 원망하는 거 말이야.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그 규제를 풀어내는 거 보면 대단해, 정말.친구=공무원들에게서는 규제권을 뺏어버려?나=규제권을 뺏는 것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낼 걸. 들어보면 이치에 맞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요상한 논리로 말이야. 친구=어쨌든 내 말 맞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무한동력이라는 거? 공무원들도 그렇고.나=아니야. 그 무한동력을 뒷받침하는 국민들이 무한동력이지. 무한하게 그들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