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위직에 임명된 친박 낙하산 인사 114명의 명단이 공개돼 관심을 모우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펴낸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 소책자를 보면 87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 등으로 선임된 친박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87개 공공기관에 자리잡은 낙하산 인사들 중에는 새누리당 출신이 55명(48.2%)으로 가장 많았고, 대선캠프 출신 40명, 대선 지지활동 단체 출신이 32명(중복 포함) 순으로 나타났다.  명단에는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다 다른 자리를 약속받고 도중하차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선대위 유세본부장을 지낸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야권 인사들을 비방하는 트위터 글로 문제가 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여당 지도부를 만나 자신의 과거 지역구 당협위원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최근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남기씨가 케이티(KT) 계열 위성방송 사업자인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사장에 내정된 것도 무리한 친박 낙하산 인사로 지목됐다. 이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발생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이다. 당시 이 전 수석은 ‘대통령께 사과드린다’는 이른바 ‘셀프 사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고교 선배라고 한다. 공직생활에 오점을 남긴 인사까지 친박이란 이유로 낙하산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하겠다.  민 의원이 공개한 명단엔 엄밀히 볼 때 친박 인사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들도 포함됐다는 게 새누리당 쪽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100명이 넘는 친여·친박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한 말이 정말 무색해진 상황이라 하겠다.  정권 출범 후 1년이 지나면서 불만을 무마하고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 친박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가 최근 노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무더기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면서 어떻게 공공기관 개혁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친박 인사들의 낙하산 투하가 계속되는 것이야말로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계속돼온 비정상적인 관행이라 하겠다.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낙하산 인사 관행부터 먼저 근절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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