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SEWOL)`호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사망자수가 100명을 넘어섰지만, 안타깝게도 생환자 소식은 들리지 않아 실종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숱한 의혹이 베일을 벗으면서 `세월호 침몰 = 예견된 인재`로 압축되고 있는 가운데 검·경도 선장과 선원, 선사, 선주, 하역사, 조선업체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초기 대응미흡과 구조지연 등으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진도와 안산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사고 수습을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환자 기대속 사망자 100명 넘어서 거세 조류와 시야확보가 되지 않이 구조·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구조팀은 지난 20일 일 첫 선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수색작업이 속도를 냈다. 구조 초기 거센 조류와 비바람, 높은 파도 등으로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으나 사고 사흘째인 18일 잠수요원들이 선체진입과 공기주입에 성공해 수색작업이 물꼬를 텄다. 급기야 수색 닷새만인 20일 처음으로 선내 진입에 성공해 단원고 학생 3명의 시신을 수습하는 등 수색업이 활기를 띄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오전 침몰한 세월호에서 18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하는 등 이날 낮 12시 현재 사망자는 105명, 실종자는 197명으로 집계됐다.합동구조팀은 이날 사고 발생 이래 최대 규모의 잠수사들이 투입되면서 더 많은 수의 시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부터 사흘동안 조류가 가장 느려지고 수위가 낮아지는 `소조기`인 만큼 24시간 동안 집중수색 작업을 펴 나갈 예정이다. ▣합수부, 40여명 출금 등 전방위 수사 나서 검·경 합수부는 침몰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선장과 선원, 선사, 선주, 하역사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부는 지난 19일 선장 이준석(68)씨와 3등항해사 박모(25·여)씨, 조타수 조모(55)씨 등 핵심 승선원 3명을 구속했다.이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유기치사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고 이씨와 박씨, 조씨 3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죄, 업무상 과실치사죄, 수난구호법위반 혐의를 공통으로 적용했다.이씨는 지난 16일 오전 10시31일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역에서 완전 침몰한 청해진해운 소속 6825t급 세월호의 선장으로 조타실을 비운 채 운항 지휘를 3등항해사인 박씨에게 맡기는 등 운항관리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또 이씨와 3등항해사 박씨 등은 협로를 운항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무리한 변침(變針·선박이 진행하는 방향을 트는 것)을 하다가 세월호를 침몰케 하고 승객 대피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승객들을 사망케 한 것으로 조사됐다.합수부는 또 지난 21일 일등 항해사 등 다른 승무원 4명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수사선상에 오른 44명에 대해 출국을 금지시켰다. 합수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운항 과정에서 무리한 지시 여부, 위법적인 객실증축이나 화물적제 가능성, 선장과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 시행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도 청해진해운과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당국과의 유착 비리 규명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18일 청해진해운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회사 경영진이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을 허위로 작성하고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선회 아니다" 복합적 사고원인 가능성그동안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무리한 항로 급변경`으로 알려졌지만, 사고 당시 `급선회`는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침몰원인 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해양수산부가 여객선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급선회는 하지 않고 완만한 각도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즉 직각으로 방향을 꺾은 게 아니라 `J`자 모양의 포물선을 그리며 돌았다는 설명이다.당초 해수부는 세월호가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48분 37초에 오른쪽으로 115도가량 급선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3분36초 뒤인 8시52분 13초에는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표류한 것으로 분석됐다.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 사고 직전의 정전(停電)이 사고의 원인일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해수부는 사고 당시 오전 8시48분 37초와 52분 13초 사이의 3분36초간의 AIS기록을 복구했다. 이 시간동안 AIS가 정전으로 꺼졌다가 비상배터리로 복구된 것으로 추정된다.새로운 AIS기록을 보면 이날 오전 8시49분 37초부터 49분 56초까지 19초간에는 선체가 오른쪽으로 45도 돌았다. 해수부 측은 선체가 회전하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방향의 반대쪽에 선체의 경사가 발생하는 외방경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후 20초동안은 22도를 돌아 완만하게 선회했기 때문이다.이와함께 침몰원인은 선박유지 관리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월호의 조타기 이상 등 선박하자와 무리한 구조변경, 선박평형수(Ballast water) 관리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국가 재난대응 도마해외 언론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人災) 가능성을 앞다퉈 지적하고 나섰다.미국 CNN, 영국 BBC, 뉴욕타임즈, 중국 CCTV 등 유력 해외 언론도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 가능성을 앞다퉈 타전했다.미국 CNN은 "사고가 발생한지 3일이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장과 선원들은 사고 당시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선실 안에서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했고, 구명정 44개가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며 "생존 희망이 사라지면서 인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에 대해 사과하면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초기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정 총리는 이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현장 지휘 체계를 일원화했으므로 통일된 체계 아래 일사불란한 구조와 사고수습 활동에 임해달라"면서 "각 부처는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면서 사고대책본부의 지원 요청에 즉각 대응해 인력과 장비 지원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정부가 20일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만이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진도군과 안산시의 피해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한 데 따른 조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의 안녕과 사회의 질서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두 지역은 재해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 재정, 세제 등의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구호작업과 복구, 보상에 소요되는 경비를 중앙정부가 지원하게 된다.지방세법과 국세법에 의한 재산세를 비롯한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감면과 납세유예 혜택도 주어진다. 건강보험료 역시 최장 6개월간 최대 50%까지 경감된다. 농·축·수산물 및 사유시설물 피해복구용 융자 장기저리 지원되고 재해농가에 5000만원 한도의 경영자금이, 소상공인(5000만원 한도)·중소기업(10억원)에는 경영안정자금 지원된다. ▣애도의 물결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희생자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경기 안산단원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연일 계속되면서 안산 전역이 큰 슬픔에 빠졌다. 22일 이른 시간부터 단원고 학생 5명의 발인식이 치러진 고대안산병원은 눈물바다였다.사고 당일 처음으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희생자 2학년4반 정모(18)군을 비롯해 임모(18)·권모(18)군이 전날 장례를 치른 같은 반 친구 장모(18)군의 곁으로 떠났다. 침통한 가운데 엄수된 발인식에는 유가족과 친구, 선·후배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특히 정군은 배가 가라앉는 다급한 순간에도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마지막까지 친구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정군 등 희생자들을 실은 운구차는 빈소를 떠나 정든 교정을 거쳐 수원연화장과 성남영생사업소로 각각 향했다. 또 사랑의병원에서 발인식이 열린 박모(18·여)·김모(18·여)양의 빈소 곳곳에는 친구들이 보낸 `하늘에서는 행복해라 친구야` 등의 메시지가 유족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하루에만 단원고 학생 12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19일부터 지금까지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0명과 교사 4명 등 모두 24명이 유가족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