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갑 / 교육잔문가 비참하고 끔찍하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잘못된 관행과 안전 불감증이 빚은 비극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만든 참사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 땅의 미래인 젊은 청춘들이 왜 속절없이 스러져가야 하나.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님,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부모님과 국민들, 친구 잃은 충격에 하염없이 눈물짓는 학생들, 제자들 곁을 지키며 불귀(不歸)의 길을 가신 선생님들, 제자들을 구조하고도 살아남은 슬픔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교감 선생님, 구조 현장에 투입돼 순직한 해군 병사, 이 모두가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지금도 사망자는 계속 늘어만 간다. 정말 화가 치민다. 희생된 어린 학생들이 눈에 밟혀 눈물이 난다. 고교 2학년인 둘째 아이는 밤늦게 집에 오면 “아빠, 오늘은 구조된 애들 없어?”하고 묻는다. 5월 2일로 예정된 제주도 수학여행이 취소돼 서운하다고 얘기하면서도 또래 아이들 구조 소식만 기다린다. 아내는 뉴스를 보면 가슴이 울렁댄다며 텔레비전도 보질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 묻는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국민안전’을 통한 ‘국민행복’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가. 안전이 중요하다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은 정치적 레토릭인가. 국민안전은커녕 어린 학생들의 소중한 목숨도 지키지 못하고 ‘국민고통’만 초래하는 게 ‘국민행복’인가. 탑승객, 구조자, 실종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며 불신을 키우는 정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원 구조됐다고 책상머리에 앉아 잘못된 보고나 하는 청와대 참모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부부처와 기관, 이런 현실에서 ‘국민안전’, ‘국민행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 장관, 관료들의 행태는 어떤가. 이들의 행태가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지 않은가. 정치인과 관료들이 기껏 한다는 짓이 사고 현장을 찾아가 기념사진이나 찍고, SNS를 통해 ‘북한의 선동’ 운운하며 색깔론이나 제기할 일인가. 교육부 장관의 처신도 한심하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고 실종되었으면 교육 수장은 근신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체육관 바닥에 앉아 구조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앞에서 버젓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이나 먹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희생 학생의 빈소에서는 장관 ‘대접’을 받으려다 유족들의 분노만 사지 않았는가.지난 2월 18일 경북 경주에서는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도중 건물이 붕괴되어 신입생 9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7월에는 충남 태안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들이 5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서 장관이 취임후 세 번째다. 얼마나 많은 어린 학생들과 청춘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래고도 장관직을 계속할 수 있는가.교육 당국의 행태도 한심하다. 오죽하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비판을 받겠는가. 교육부가 올 1학기 수학여행 전면 금지를 대책으로 내놨지만, 교육부는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내야 하는 학교와 금액 등을 전혀 파악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학교에 전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단기 처방이고 땜질 처방이다. 매번 교육 당국은 이런 식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책팀을 만들고 시도교육청 관계자 회의를 소집한다. 그러고는 시행보류 또는 금지조치를 내린다. 이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더 고민하며 보완하고 현장을 찾아 점검, 지도, 지원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고가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지금 교육계는 슬픔에 빠져있고,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에 바란다. 최대한 빨리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존자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구조과정에서 나타난 혼선과 문제점을 더는 반복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특히 실종자 가족, 구조된 학생과 교원, 단원고 재학생,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두에게 심리치료는 물론 각종 지원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해 시행하길 바란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사고 원인 규명, 대처 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철저히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해당 부처 장·차관과 관료들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사고를 수습한 후 전면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무능 정부’,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고로부터 어린 학생들, 청춘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의 조속한 구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