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내세우며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청와대 참모진, 내각 개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으로 중도 사퇴했고, 다시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마저 칼럼과 강연 내용 등이 문제가 되면서 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13일 부총리 및 장관 7명을 교체하는 중폭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 박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로 논란이 된 `관피아(관료 마피아)` 기용을 최소화했다.박 대통령은 교육 분야의 컨트롤타워도 모두 교체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모두 교육 분야의 전문가다.하지만 이번 교육 분야에 대한 인사는 정말 실망스럽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열망을 담아내고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교육감 시대에 적절히 대처할 인사가 아니다. 또 ‘관피아’ 척결의 의지가 담기지도 못했다.송 교육문화수석, 김 교육부 장관 내정자 모두 ‘관피아’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교육계의 마피아로 불리는 ‘서울사대 마피아’ 출신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장관을 하거나 교육 관련 기관장을 맡기 위해서는 ‘서울사대 마피아’ 출신이 아니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2000년 이후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이돈희,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모두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정원식 전 국무총리나 이번에 교육 장관에 내정된 김명수 교원대 명예교수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임명된 교육부 차관 가운데 서범석, 김신복, 최희선, 이원우 씨 등도 모두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산하 기관장까지 포함하면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은 부지기수다. 물론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이 있어 요직을 차지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서울사대, 그것도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이 아니면 교육계에서 ‘한 자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불만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개혁의 하나로 ‘교피아(교육관료+마피아)’가 지목되고 있는 시점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교육부 장관 모두를 교피아의 대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사대 마피아’ 출신을 기용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계에서는 벌써 교피아에 대한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말 박 대통령이 ‘교피아’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교육정책 컨트롤타워에 대한 인사는 분명 잘못됐다. 이번 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와 6·4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열망을 담아내야 했다. 학벌을 타파하고 지나친 경쟁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교육을 원하고 있는 열망이 인사에 담겼어야 했다. 또한 진보교육감과 소통하며 교육통합을 실현할 인사도 아니다. 교육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송광용, 김명수 두 분이 과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정수장학회 이사를 역임했거나 그동안 학자로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행보를 보여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벌써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 분야만큼은 ‘코드인사’, ‘반쪽인사’라는 지적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서울사대 마피아’, ‘교피아’를 척결할 인사, ‘이념’과 ‘코드’를 넘어서 교육을 우선하는 인사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