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까지 들먹이며 사실을 호도하지 마세요. 나는 공탁을 명령할 권한이 분명히 없습니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투자금에 대한 민사소송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대구지법 제11민사부 이영숙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공판에서 5분여간에 걸쳐 이같이 항변했다. 이 소송은 조희팔이 밀항하기 전인 2008년 6월 A씨와 고철수입 투자계약을 맺고 640억원을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지 않았고, 일부 피해자들이 이 돈으로 피해변제를 받기위해 벌이고 있는 전부금 소송이다.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A씨가 640억원의 존재 여부를 밝히고 공탁을 걸겠다고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검찰과 법원에 공탁 요구를 하고 있다. 이 판사의 이름까지 피켓에 적고 시민들을 상대로 시위도 벌이고 있다. 피해자모임 한 관계자는 “A씨가 640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왜 검찰과 법원이 공탁명령을 내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 돈마저도 사라져 버릴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 돈이라도 지키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일이 이어지자 이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과 80여명의 피해자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 변호인에게도 공탁을 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과 피해자들에게 전부금 소송 재판장은 공탁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판사는 “피켓시위 때문에 마치 내가 잘못을 한 것처럼 동료판사와 법원으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히 하자. 나는 공탁 명령을 내릴 권한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