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을 따내라!` 러시아전을 앞둔 홍명보호에 내려진 특명이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하는 한국에 러시아와의 첫 경기는 더없이 중요한 일전이다.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함께 H조에 속한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적어도 1승2무로 5점 이상의 승점을 챙겨야 한다.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벨기에는 넘기 쉽지 않은 상대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승점 사냥의 제물로 삼을 수 있는 팀은 러시아와 알제리다. 첫 번째 경기 결과에 따라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한국의 전체 전술과 기조가 결정된다. 결국 러시아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홍 감독은 이어지는 알제리와 벨기에전에서 한층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1차전의 중요성은 통계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프랑스월드컵을 포함해 최근 4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팀이 16강에 진출한 확률은 84.7%에 달한다.반대로 첫 경기에서 패한 팀이 16강에 오른 경우는 4개 대회 통틀어 4차례에 불과하다. 확률이 8.6%로 뚝 떨어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2한일월드컵·2006독일월드컵·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1차전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 중 두 차례(한일월드컵·남아공월드컵)나 16강에 진출했다. 러시아를 꺾기 위해선 선제골이 필요하다. 러시아 축구의 특징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세계적인 명정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러시아는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유럽 예선 F조를 1위(7승 1무 2패)로 통과했다. 걸출한 스타는 없지만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23명 전원이 러시아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어 호흡 하나 만큼은 본선 32개 진출국 중 최고다. 러시아는 올 들어 치른 네 차례의 평가전에서 3승1무를 거뒀다. 아르메니아(2-0 승)·슬로바키아(1-0 승)·모로코(2-0 승)에 이겼고 노르웨이(1-1 무)와는 비겼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펼쳤다. 수비에 무게를 두는 이른바 `카펠로식 실리축구`가 모습을 나타냈다. 수비에 방점을 찍긴 했지만 공격력이 나쁜 편도 아니다. 러시아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빠른 침투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또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는 수비가 약한 홍명보호에 치명적이다. 러시아는 모코로전에서 터뜨린 2골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전반전 내내 톱니바퀴처럼 짜임새 있게 움직이던 러시아는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이며 크게 흔들렸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만약 한국이 선제골만 넣는다면 상당히 유리한 경기 운영이 가능해진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힘이 떨어진 러시아를 상대로 대량 득점까지 노려볼 수 있다. 홍 감독은 안톤 두 샤트니에(56) 코치를 유럽에 파견해 러시아-모로코전을 직접 지켜보게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수집한 전력분석 자료를 갖고 비밀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전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일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며 "다른 두 경기가 더 있지만 첫 경기는 (월드컵 전체에)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요성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