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북한의 인공기(人共旗)가 태극기 위에 올라앉은 설치물이 2주일 이상 버젓이 전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현충일과 6·25 남침일이 있는 6월이 호국보훈의 달임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더욱이 대전현충원 측이 기증받아 설치했다가 미군 예비역 장교 부부의 항의를 받고 철거했다고 하니 현충원 관계자들이 제정신이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대전현충원 측은 그 설치물을 대전 모대학 학생들로부터 지난 5월 30일 기증받아 대전현충원 내 현충지 주변에 전시됐던 ‘평화의 문’이라는 작품명으로 전시했다고 한다. 인공기의 빨강은 공산주의 투쟁을 위한 혁명 정신을, 붉은 별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뜻한다. 이런 인공기를 앞세우고 떼지어 남침한 북한군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이 작품을 본다면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북한을 국가로 인정, 인공기와 태극기를 맞비교하는 것은 헌법과도 배치된다. 민족대표 33인을 명품 브랜드로 나타낸다며 일부 문양을 ‘나치 문양’으로 표현한 작품도 같은 장소에 전시됐다고 한다. 지난 13일 현충원을 찾았던 미군 예비역 티머시 스토이 중령 부부가 이를 보고 “호국 용사들을 모욕한 것과 다름없다”고 현충원측에 엄중항의했고, 그제서야 현충원 측은 철거했다고 전해진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단순하고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현충원 관계자들의 안이한 정신 상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지 않아도 안보 의식 약화는 물론 ‘종북(從北) 교육’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현충원은 제대로된 안보 의식 고취에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는 철거됐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길 게 아니라 안보를 좀먹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엄중히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