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대형 쇼핑몰. 오후 2시가 되자 갑자기 조명이 모두 꺼지며 각 층의 방화셔터가 닫혔다. 곧이어 "화재가 발생했으니 밖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매장에서 쇼핑하던 시민들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비상계단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같은 시각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도 화재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내부에 있던 시민들이 옥상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직원들은 각 층 계단과 통로에서 시민들의 대피를 도왔다.또 대구 중부소방서에서도 중구 계산동의 한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상황이 접수돼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했다.긴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달리자 바로 앞을 지나던 차들이 옆으로 비켰고 길을 건너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상황은 20분 만에 종료됐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제394차 `민방위의 날`인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화재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1975년 민방위 창설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전국 단위 화재 대피훈련이다.이날 훈련은 세월호 참사와 경주 리조트 붕괴,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 등 최근 전국에서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실제상황 발생시 시민들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대구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터미널,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54곳과 초·중·고등학교에서 훈련이 실시됐다. 훈련에는 경찰과 소방 등 인력 480여명과 장비 40여대가 동원됐다.경북 지역에서도 경북도 본청과 23개 시·군에서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피훈련과 자체 방호훈련이 실시됐다.특히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차량 길 터주기 연습을 하는 `골든타임 확보훈련`도 함께 실시됐다. 골든타임은 화재진화와 인명구조의 성패를 좌우하는 초기대응시간 5분을 말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골든타임은 5분을 권고하고 있다.이날 훈련에 참여한 회사원 조유지(20·여)씨는 "최근 잦은 사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런 훈련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참여는 아쉬웠다. 이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시민들이 대피를 안내하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또 일부 시민들은 대피 안내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 안의 커피숍과 푸드코트, 쉼터 등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백화점을 찾은 한 고객은 "내가 일을 못 보는 20분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직원들에게 따지기도 했다.한 40대 남성은 "백화점에 와서야 훈련이 있는 줄 알았다"며 "훈련에 대한 안내와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전달이 미흡했다"고 말했다.소방 관계자는 "각종 사고 발생 시 발 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시민의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며 "이번 훈련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