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평사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작년 말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동양 사태를 계기로 특별검사를 벌여왔다. 3대 신평사는 평가 대상 기업과 신용등급을 미리 조율하고 계약하는 등 `등급 장사`를 했고 당장 신용등급을 강등해야 함에도 기업 요청으로 회사채 발행 이후로 미뤄주기도 했다. 투자자 손해를 막아줘야 할 등대 노릇은커녕 한통속이 돼 돈벌이에 급급했으니 세월호의 청해진해운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한 노인계층이 숱하게 전 재산을 날리고 피눈물을 흘렸다. 기업이 어떤 등급을 줄 것인지 묻고 가장 높은 등급을 제시한 신평사와 계약을 맺는 `등급 쇼핑`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업은 높은 등급을 받아야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신평사는 기업이 평가를 맡겨줘야 수수료를 받으므로 유착이 형성된 것이다. 유착 결과가 `신용등급 뻥튀기`다. 지난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가운데 A등급 이상을 받은 곳은 77.4%나 됐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41.7%에 불과했다. 글로벌 신평사들에 비해 7~8단계나 등급이 높다. 신평사가 기업 등급을 마구잡이로 올리다 보니 시장에서는 아예 한 단계 낮은 등급이라고 간주하고 거래한다니 기가 막힌다. 금감원은 신평사가 엉터리 평가를 했다면, 이런 가짜나 다름없는 회사는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신평사 3사 중 2곳을 골라 평가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이게 기업이 특정사를 배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 남용돼 등급쇼핑이 이뤄지고 신평사의 등급장사가 벌어진다. 제3의 독립기관이 강제로 신평사를 배정하는 `의무지정제`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다른 신평사로 바꿔야 하는 `순환평가제`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모그룹 지원을 배제하고 해당 기업 재무 상태만 보는 독자신용등급제도 조기에 실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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