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억원의 대구지역 유망중소기업의 기술연구실 과장 A(44)씨는 지난 2월 동종업체로 옮겼다. 월급도 200여만원에서 300여만원으로 부쩍 올랐다. 평소 회사의 처우에 불만이 많았던 A씨는 회사가 2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자동차부품 조립설비 설계도면 파일을 USB에 담아 이직한 회사로 넘겼다. 회사는 갑자기 매출 감소폭이 커진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대구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A씨를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경북지역 유망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 개발에 관여한 직원이 동종업체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설립하면서 빼내가는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 유출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없고 매출이 감소된 뒤에야 인지하는 경우가 적잖은 실정이다. 대구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개발한 핵심기술을 동종업체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설립해 제품 생산 등에 사용한 A씨 등 7명을 적발했다. 3월부터 6월까지 불과 3개월만에 6개의 피해업체가 발생했고, 업체들이 핵심기술 개발에 들인 비용만 38억원이 넘는다. 홍사준 대구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경쟁업체가 핵심기술을 빼돌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실정이다. 핵심기술 개발에 관여한 직원을 회유해 스카우트하면 그만이다. USB와 외장하드 등 저장장치로 간단하게 유출되지만 유출 여부는 매출이 부쩍 줄어드는 등의 변화를 알고서야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홍 대장은 또 "피해업체 대부분이 회사 이미지 하락 우려와 남아있는 직원들의 범죄 모방 등이 우려되는데다 기술유출을 파악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이 유출되면 매출 감소로 직결돼 회사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되지만 핵심기술을 빼앗아 간 업체가 이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홍 대장은 "유출된 핵심기술을 이용해 동종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올리더라도 형사법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경찰이 적발한다 하더라도 동종업체의 제품 생산은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망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그것이다.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의 상업적인 기술적 자료를 신뢰성 있는 곳에 보관해 안전하게 두면서 중소기업은 기술 유출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특허등록을 하면 해당 기술이 공개되지만 기술을 임치하면 개발기업 외에는 그 누구도 볼 수 없고 영구 보호된다. 기술정보 외에도 회사의 운영, 매출 등 경영비밀도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술보호지원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중소기업의 임치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지만 아직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자료 임치제도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임치제도를 활용하면 기술자료가 유출됐을 때 개발기업의 기술 보유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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