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남미 대륙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들이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다. 26일 오전(한국시간) 에콰도르와 프랑스의 E조 3차전을 끝으로 남미 국가들이 조별리그를 모두 마쳤다. 본선을 밟은 6개의 남미 국가 가운데 에콰도르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팀이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현재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13개국 가운데 5개국이 남미 팀이다. 브라질·칠레·콜롬비아·우루과이·아르헨티나가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남미 강세가 뚜렷하다. 1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이 5개 국가로 남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북중미 2, 아프리카 1개국 순으로 남미의 뒤를 잇고 있다.비록 탈락했지만 이날 에콰도르도 강한 화력을 자랑하고 있는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온두라스를 3-0으로 대파한 스위스에 밀려 남미 팀 중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고배를 마셨지만 여러 차례 프랑스를 위협하는 등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이번 대회에서의 남미 팀들의 조별리그 성적은 마지막으로 남미에서 열렸던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총 16개 국가가 한 조당 4개 국가씩 나뉘어 본선 조별리그를 치렀던 당시 대회에서 남미는 출전한 2개 팀이 1차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4팀 2개조로 열린 2차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2차 조별리그 2위팀 브라질은 이탈리아와의 3·4위전에서 2-1로 이겨 3위를 했다.그동안 남미 대륙에서 열렸던 4차례 월드컵은 모두 남미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초대 월드컵은 홈팀 우루과이가 정상을 차지했고,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우승은 우루과이 몫이었다. 1962년 대회와 1978년 대회 모두 각각 홈팀인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별을 달았다.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남미 팀들의 우세를 점친 것도 이 같은 통계가 바탕이 됐다. 축구 관계자들은 유럽 국가들이 남미 특유의 습한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 천 ㎞를 달려와 자국을 응원한 남미 국가들의 수 많은 팬들 덕에 마치 모든 남미 팀들이 개최국의 응원 효과를 누렸던 것도 한 몫으로 풀이된다.남미 강세의 서막은 칠레가 전 대회 챔프 스페인을 꺾으면서부터 올랐다. 강력한 스리백과 빠른 역습, 높은 골 결정력을 앞세운 칠레는 스페인을 2-0으로 꺾고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칠레의 선전에 뒤질세라 남아공월드컵 4강의 주인공 우루과이는 잉글랜드(2-1 승)와 이탈리아(1-0 승)를 물리치며 토너먼트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이란에 1골차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던 아르헨티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1승)과 나이지리아전(3-2 승)의 승리를 보태 가볍게 16강을 노크했다. 그러나 16강에 오른 4개 남미 팀 가운데 2개 팀은 16강에서 짐을 싸야 한다. 브라질-칠레, 콜롬비아-우루과이가 일찍 만나면서 절반만 살아남을 수 있다.A조 1위로 통과한 개최국 브라질은 B조 2위 칠레와 16강에서 맞붙고, C조 1위 콜롬비아는 D조 2위 우루과이와 만난다. F조 1위 아르헨티나만 E조 2위 스위스를 16강에서 상대한다.이렇게 해서 살아남은 2개 팀은 8강에서 또 만나 4강으로 가는 한 장의 티켓을 노린다. 마음 편한 쪽은 대진표 건너편의 아르헨티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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