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어 대구에서도 보수·기독교 단체의 반발 속에 `퀴어(성소수자)축제`가 열렸다.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보수·기독교 단체의 거센 저항에 퍼레이드가 지연되는 등 일부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지난 28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광장에서 대구성소수자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가 주최한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성소수자 등 500여명이 참가했다.비슷한 시각 공원 내 사잇길을 두고 바로 옆에서 예수재단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동성애퀴어광란축제저지연대 회원 200여명이 기도회를 열고 맞불을 놨다. 경찰이 불법집회라며 철수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종교행사라며 맞섰다. 이들은 찬송가를 부르거나 규탄발언을 하며 성소수자들을 비판했다.행사 시작 전부터 양측은 일촉즉발 상태였다. 광장에 무대가 갖춰지기 전부터 공원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반대 단체 회원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쫓아다니며 시비를 걸다 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본행사는 오후 2시부터 성소수자로 구성된 밴드의 공연과 지지발언, 축하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서울과 부산에서도 성소수자들이 퀴어버스를 타고 와 행사에 참가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오후 5시30분부터 2·28중앙기념공원과 봉산육거리, 동성로 일대를 돌며 퀴어 퍼레이드를 펼쳤다.하지만 동성로 통신 골목 인근에서 반대 단체 회원들이 퀴어 퍼레이드를 가로막으면서 행사가 지연되기도 했다.반대 단체 회원들은 이 일대에서 퍼레이드 차량을 손으로 밀면서 행진을 저지하다가 아예 도로에 앉아 행진을 가로막고 30여분가량 대치상황을 벌였다. 경찰의 중재로 반대 단체 회원들이 자리를 옮긴 뒤에야 다시 퍼레이드가 진행될 수 있었지만 결국 이날 행사는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어진 오후 7시30분께 마무리됐다.이날 아버지와 함께 반대단체 모임에 참여한 박영주(25·여)씨는 "동성애 자체는 혐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직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동성애를 외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반면 축제에 참가한 한 남성은 "보수적인 대구에서 이렇게나마 자신 성정체성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면서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람과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는 사랑이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자신 역시 성소수자라고 밝힌 미국국적의 토비(34)씨는 "한국에서 많은 도시를 경험해 봤지만 대구처럼 보수적인 곳은 처음"이라며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시간을 더 좋은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배진교 위원장은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숫자보다 `대구`라는 곳에서 열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보수적인 대구라는 시각과 편견을 깨기 위한 우리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경찰은 이날 도로를 점거한 뒤 행진을 막아선 반대단체 회원들에 대해 채증 자료를 확인한 뒤 집회시위 방해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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