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연비문제가 부처간 조율이 안돼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연비좋은 디젤차 양산도 정책적으로 막혀 국내 자동차산업이 불투명해 지는 등 국제경쟁력에서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연비문제는 두개의 부처에 나뉘는 바람에 국제소송까지 당하는 등 국제적 망신까지 받아오더니 이번엔 국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연비과장으로 미국에서 소송이 걸린 현대차의 경우 4200억원을 손해봤다. 이는 기실 그 원인이 국네의 허술한 정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승용차 연비 검증은 2003년 이후 산업부가 맡아왔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5월 돌연 연비 사후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혼선이 시작됐다. 국토부는 자체 방식의 조사를 거쳐 지난해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낸 뒤 이를 밀어붙였다. 변명의 여지 없는 부처 간 밥그릇싸움 추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무능·무책임(無責任)이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는 부처 간 이견 조정, 경제 현안 총괄의 책임이 있다. 노골적인 갈등이 7개월째 계속되는데 누구도 팔을 걷고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이날 산업부·국토부·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 간부들이 중구난방으로 딴소리를 늘어놓았고, 보도자료도 제각각 냈다. 도대체 이런 얼치기 정부가 어디 있는가.두 부처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씩 같은 차종의 연비를 검사했는데도 모두 ‘적합’, ‘부적합’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사 방법으로 측정했을 텐데도 정반대 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같은 검사를 해놓고 서로 다른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정부 스스로 공신력을 부정하는 꼴이다. 자동차 연비 문제는 소비자나 자동차업체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연비가 과장됐다면 소비자는 기만당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신뢰와 직결된다.정부는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기준을 단일화해 검증을 강화하는 공동고시안을 내놨다. 연비 사후관리도 국토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는 빠져 있다. 국토부 결정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원과 2억여 원의 과징금을 내게 된다고 한다.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집단소송을 당해 지난해 90만명에게 3억9500만달러를 보상했다. 미 포드도 최근 연비 과장과 관련해 국내 구매자에게까지 수백만원씩 보상해주기로 했다. 미국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차는 이번에 과징금 10억원 외에 1000억원 이상을 물어줘야 한다.정확한 연비 표기는 소비자 신뢰의 출발점이다. 업체들은 “표시 연비는 실제 연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소비자를 기만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드는 최근 “연비 과장을 사죄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도 미국에서 연비 과장이 들통 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만 예외였다. ‘국내 소비자는 봉’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자동차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간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하며 정부도 차제에 소비자와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연비 측정기준과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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