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다음달 7일부터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하지 않아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경우 최대 5억 원 이하의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관한 사회적 환경이 크게 바뀌는데도 대부분의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조차 이에 대한 대비책을 여태까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개정된 법률 시행 날짜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이처럼 무신경하다면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기업과 공공기관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안전행정부가 개인정보 보유량이 많은 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획점검과 특별점검을 한 결과 지난해 331군데 중 297군데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총 1195건의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적발된 기관 등의 비율이 89.7%이므로 열에 아홉 꼴로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조사 대상 기관의 대부분에는 개인정보 보호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경종이 그토록 울렸는데도 이정도라면 아예 남의 일, 딴 세상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의식이 부족하니 보호대책에 대한 투자도 부실하다. 지난해 안행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결과 민간사업자의 96.9%와 공공부문의 52.1%는 개인정보 보호 예산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법을 지키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한 특별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알려지고 있다. 중요한 소송 서류에 본인 동일성 확인을 위해 그동안 주민등록번호를 항상 기재해 왔는데, 8월 7일부터 이를 대체할 수단을 여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리를 짜내 법을 만들고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놓고도 법을 지켜야 할 법조계와 정부·공공기관, 기업들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오랜 동안 사문화될 처지나 다름없고, 내 개인정보가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호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듯하다. 한달여 남은 시간 밤을 새워서라도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