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성 /  뉴시스 사회팀 기자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깊은 침통함에 빠진 지 두 달이 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참사 이전으로 세월을 돌릴 수도 결코 없다.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과 슬픔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개인의 차이이자 자유지만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에게 "이제 그만 슬픔 좀 정리하고, 분위기 전환 좀 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배려 없고, 무례한 행동이다.슬픔을 중단하라고 강요한 사건이 바다 건너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졌다. 지난 20일 LA 총영사관이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영사관에 마련한 추모기원소를 일방적으로 철거했고, 이로 인해 현지 한인들이 공식적인 해명을 촉구하면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나흘 뒤인 지난 4월20일부터 LA 총영사관에는 추모기원소가 마련됐다. 이곳은 1만 명이 넘는 동포들과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관심과 지지의 연대를 보내온 상징적 장소였다.총영사관측은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나,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이제는 좀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총영사관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화사첨족(畵蛇添足·안 해도 될 쓸데 없는 일을 덧붙여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침)의 우를 범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외교부 제1 차관이 이 추모소에서 메시지를 남기면서 현지 한인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아름다운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11명 희생자의 시신이 아직 수습되지 못했고, 정부가 최종 책임자로 지목한 유병언도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이런 조급한 감정 강요 행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너무 빨리 세월호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했고, 너무 쉽게 "슬픔에서 이제 일어날 때"라고 말했으며, 정부는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과민하게 반응했다. 총리 인선에 난항을 겪던 청와대는 2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했고, 정 총리는 국가 개조에 앞장서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4월16일 오전 9시라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슬픔이 정리되지 않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슬픔을 자제해 달라 요구할 수 없듯이 이들에게 "실망을 자제해 달라, 정부를 원망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지도 말아야 한다. 타인의 감정마저 강요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극도로 싫어하는 이웃나라 우익보다 더 파렴치하고, 우리가 미개한 민족으로 폄하는 그 어떤 민족보다 더 파렴치하고 미개하다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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