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수자원공사의 부채 탕감을 위해 예산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4대강 사업 주무부서인 수자원공사는 방대한 이 사업으로 빚더미에 앉아 지금도 세금으로 이자를 꼬박꼬박 물고 있는 안타까운 형편이다. 3년치 이자만도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간 공사비 원금은 수공이 돈 벌어 갚도록 하겠다던 정부가 느닷없이 국민세금에 손을 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4대강 공사비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말을 한 것이 들통난 꼴이 됐다. 그토록 고집부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게한다. 또 국민세금으로 4대강 사업 실패를 보전하는 일은 해서도,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국토부는 수자원공사의 부채 원금을 상환에 쓰겠다며 내년 예산에 80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4대강 주관 부서인 국토부는 그동안 “수공의 빚 원금은 자체 사업을 통해 갚되 이자는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해왔다. 4대강 사업은 올해가 사실상 사업 종료 시점이다. 정부 말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수공이 책임져야 할 차례다. 그런데 수공이 갚아야 할 이자 3170억원에 부채 원금도 국민세금으로 떼우겠다는 얘기다. 이는 치졸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빚 얻어 빚 갚는 수자원공사의 이른바 돌려막기는 예고된 참사나 다름이 없다. 4대강에 8조원을 들인 수공은 이명박 정부 초기 1조원대였던 부채가 2011년에는 11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4대강 공사비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22조원의 공사비 중 3분의 1가량을 수공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수공에는 4대강 주변 수변구역 독점 개발권을 주었다. 여기서 생긴 수익으로 빚을 갚으라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데다 극심한 환경 파괴 논란에 쌓여 수변지역 개발이 사실상 어렵게 되면서 수공이 덤터기를 쓴 꼴이 됐다. 정부가 당초 약속을 뒤집어 세금으로 수공 빚을 탕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4대강 사업은 정부의 정책 실패가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22조원의 공사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앞으로 들어가야 할 관리비에 이자까지 생각하면 말문이 맛힐 지경이다. 때가되면 찾아오는 ‘녹조라떼’와 생태계 파괴에 따른 비용은 추산조차 어렵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200년 앞을 내다본 4대강 사업의 성과는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딴소리를 한다. 정치권력자의 입맛에 맞춰 국가사업을 펼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사법적 엄단이 약이라고 하겠다.국토교통부는 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원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에 800억원을 반영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자 3170억원도 재정부에 추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토를 달았지만 수공에 재정자금 투입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4대강 사업에 투입한 돈과 당시 정부 설명을 돌아보게 된다. 4대강 사업비는 총 22조원이 들었다. 7조9000여억원은 수공에 떠넘겨졌다. 수공은 공사채를 발행해 이 돈을 조달하고, 정부는 “수공이 4대강 수변개발 수익으로 부채를 갚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수변지역 개발 권한을 대부분 수공에 넘겨줬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긋나고 있다. 2009년 약 3조원이던 수공의 부채는 지난해 14조원으로 5배 가까이 껑충 불어나고,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수공의 부채는 1조2555억원으로, 이를 갚기 위해 또 3944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대로라면 2017년에는 빚이 19조원으로 불어난다고 한다.장밋빛 계획은 어디로 가고, ‘빚 재앙’만 덩그렇게 남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재정 분식 행위다. 나라 곳간에 돈이 없으면 무리한 국책사업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공기업에 빚을 떠넘기며 사업을 벌이고, “국가 재정은 건전하다”고 떠들었으니 속으로 곪아가는 나라 살림을 방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토부는 왜 수공의 빚을 재정자금으로 갚고자 하는가. 이대로 두면 파산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터다. 800억원은 시작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재정이 운용돼서는 안 된다. 재정자금을 투입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당시 정책추진 선상에 섰던 모든 공직자를 먼저 문책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다. 정치권력자의 입맛에 맞춰 국가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야말로 나라를 파탄으로 이끄는 주범이다.공기업 부채는 5년 새 두 배 넘게 늘어 400조원을 훨씬 웃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공기업은 수공뿐 아니다. 이를 정상화하고자 하니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알짜 자산을 팔고, 각종 요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어떤 방법이든 국민의 호주머니는 텅 비게 된다. ‘엉터리 재정운용’이 고쳐지지 않는 한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