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피아’ 척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공직 개혁을 위해 공직자 취업 제한, 공직개방 확대 등 소위 관피아 근절을 위한 제도적 틀을 7월 중에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규제·안전부문 산하 공공기관과 유관단체에 취업한 퇴직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유도하기로 했다. 지도·감독 공무원을 배치할 때도 혈연·지연·학연을 따져 산하 기관·단체와 유착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배제한다고 한다.반가운 소식이다. 공직사회의 검은 유착 고리를 끊는 일은 이나라가 정상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며칠전 헌법재판소도 관피아 방지를 위한 취업제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관피아 현상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및 각종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관피아 척결에는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한 달 내에 결딴내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관피아는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는 수십년 동안 공직사회에 뿌리내린 대표적 적폐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법조계, 국회, 지방자치단체 어느것 가릴 것 없이 사회 전반에 깊숙히 뿌리를 내렸다. 칡덩굴처럼 얽힌 이런 구습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또는 며칠사이 뿌리가 뽑히겠는가. 너무 과도한 의욕과 조급증은 실패로 이어질수 있다. 무엇을 관피아 척결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허술한 공직자 취업제한, 공직개방 확대를 관피아 척결의 틀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셀프 개혁’에 개혁시늉만 내다 그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떨어지는 박근혜정부 지지율에도 심각한 결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구습의 중증을 치유하자면 환자의 진단부터 정확해야 한다. 유착의 병세가 어디까지 얼마나 확산됐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관피아 척결을 위한 처방을 공무원에게 내맡겨서는 절대 될 일이 아니다. 공무원이 제 몸에 스스로 치유를 위한 메스를 댈 리 없다. 민간을 참여시켜 실질적인 개혁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공청회를 열어 폭넓은 여론 수렴도 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논의를 통해 촘촘하게 법망을 손질해야 개혁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관피아 척결은 내용이 중요하다. 조급증으로 허둥대면 대책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를 전후로 수없이 목격한 인재가 그런 부실의 결과를 가져온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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