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청정구역으로 알려졌던 경북마저 뚫렸다. 경주에서 도내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자칫 도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격리 중인 A(59)씨가 2차 검진에서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역시 아들의 치료를 위해 지난달 27일 말썽 많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3시간가량 머물렀던 것이 화근이 됐다.문제는 포항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그가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경주(3곳)와 포항(1곳)에 있는 4개의 의원을 번갈아다니며 진료를 받았고 3곳의 약국에 들른 사실이다. 유성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도 그가 여러 의원들을 찾아다닌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들도 보호장비 없이 무방비상태로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충분히 병원 내 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정부는 당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메르스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경주에서 환자가 발생했는가 하면 경기 성남에서는 7살 초등생 양성반응자가 나왔고 구급차 운전자가 병원 밖 감염자인 4차감염자로 확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환자 발생 지역, 연령대 모두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말을 비웃듯 주말을 고비로 숙여지기는커녕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와중에 병원 관계자가 지난 11일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 비판에 대해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발언 직후 병원 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병원 측이 12일 공식 사과했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병원 측의 비뚤어진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또 “이번 사태는 2009년 신종플루보다 작은 일”(국민안전처 이성호 차관)이라고 답변한 것 역시 고위공직자 답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다. 그렇게 억지발언을 한다고 정부의 무능이 가려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참으로 어리석다. 지금은 메르스의 기선을 제압하는데 주력할 때다. 정부와 국민 및 의료계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대응해야할 중대국면이다. 특히 경북도와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지역확산을 막는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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