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한국-WHO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합동평가단’은 한국 정부가 정보 공개를 지연해 메르스 확산을 불러왔다고 평가하면서 메르스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외에서 더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의 산발적 메르스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선진화됐다고 자부해온 한국의 의료체계와 한국형 병원 문화를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합동평가단은 지난13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정보공개 지연을 꼽았다. 이종구 합동평가단장은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늦은 것이(메르스 관리의) 실패 원인”이라며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하고 질병의 확산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점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불통이 화근을 만든 셈이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어떤 국가라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깜짝 놀라고 조정을 하는 시기가 있다”며 “한국 정부가 초동대응 이후에 대응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사쇼핑(Doctor Shopping)’ 관행을 지적한 대목에선 얼굴이 부끄럽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일등공신이었을 것이다. 대수롭잖은 병인데도 대구의 대형병원을 놔두고 서울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찾아가는 원정의료행위도 같은 맥락에서 지탄받을 일이다.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와 병원에 문병하는 문화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병문안이 긴요하다면 전화로 하면될 일이다. 서울에 입원한 환자를 보러 대구와 경북에서 올라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한 병실에서 다수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것도 당연한 지적이었다. 특히 응급실은 어느 병원을 막론하고 시장판이다. 여러 환자가 한 병실에 들어 있는 다인병실은 그야말로 바이러스의 공급처나 다름없다.현재까지의 상황은 정부가 말한 것과 일일이 반대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평가단의 충고를 받아들여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감염 전문가, 역학조사 전문가 등 인력을 양성하고 공중보건 실험실 및 음압병실 확대 등 시설 투자에도 적극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한 것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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