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청정지역이었던 경북에서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발생, 대구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지만 대구 시민은 여전히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경북지역 시·군의 주요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구 일대의 시장, 대형마트, 극장가 등에선 주말 내내 수많은 시민들로 넘쳐났다.지난 13일 오후 4시 39분께 대구 북구 침산동의 메가박스에는 최근 개봉된 영화를 보고자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표를 예매한 사람들은 극장에 마련된 벤치나 인근 커피숍에서 상영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영시간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사람들은 이 건물 1층 로비 등에서 진행 중인 아울렛 할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내려가기도 했다.하지만 이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다. 가족들을 동반한 일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대구 일대의 대형할인마트, 시장 등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다.이날 오후 6시 21분께 대구 중구 대신동에 위치한 서문시장은 장을 보려는 사람들과 칼국수 등을 먹고자 모인 사람들로 복잡했다. 하지만 이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서문시장 4지구, 서문시장 수선골목, 동산상가들을 확인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19명에 불과했다. 칼국수로 유명한 서문시장 4지구 내 음식점 등에서도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14일 오전 11시 49분께 대구 칠성동의 홈플러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과 손세정제 등을 비치한 매장은 간간이 눈에 띄었을 뿐 찾기가 힘들었다. 일부 매장 직원들만 입 가리개 등을 착용했을 뿐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반면 대구 일대의 대형병원들은 메르스 여파로 울상을 짓고 있다. 메르스 감염이 병원으로 비롯됐다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꺼리는 것이 이유였다.15일 오전 10시 38분께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영남대병원은 모든 출입구가 폐쇄하고 본관 정문으로만 사람들을 입장시켰다.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 정문 앞에 마련된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함과 동시에 병원관계자들이 방문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었다. 병원은 한적한 손님들로 빈자리가 수두룩했다. 평소라면 자리가 없어 서있는 사람들이 많은 대학병원 특성상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사람들은 넓은 공간에 다리까지 올리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중구 삼덕동의 경북대병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똑같았다. 정문 출입구만을 개방해 방문객들을 입장시켰으며 방문객들은 병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신상정보를 작성해야 했다. 또 손소독과 함께 병원관계자들이 방문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평상시 초입부터 가득했던 방문객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병원 안에 마련된 식당에도 찾는 사람들이 없어 대부분 빈자리만 가득했다.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가 클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이번 메르스 여파로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구 일대의 모든 병원은 이번 메르스 여파로 또 다른 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몸이 아픈 환자들은 더 이상 병을 키우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에 힘썼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