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거지에 염치(廉恥)가 있어야 한다. 즉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하고는 말끝을 흐린다. 기가 막히다는 뜻이다. 짐승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 더 이상 먹지 않고 먹이를 남기는데 사람은 도대체 오장육부에 무엇이 들었기에 욕심이 끝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누울 자리와 앉을 자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염치인 것이다. 내가 나서서 일을 해야할 것이 있고 내가 나서서 하지 말아야 할것이 있다. 그것이 염치인 것이다. 내가 할 말이 있고 내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그것이 염치인 것이다. 오죽하면 단테는 그의 ‘신곡’ 지옥편에서 마지막 아홉 번째 지옥에는 염치없는 인간들, 인간말종들이 가는 곳이라고 했겠는가. 국회의원들의 ‘갑(甲)질’ 때문에 시끄럽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월급갈취 의혹이 터져 나와 세밑을 들었다 놓더니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이목희의원의 보좌관 월급 갈취 의혹으로 시끄럽다. 박 의원은 작년 1월까지 고용했던 5급 비서관 P 씨한테서 지역구(울산 북구)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13개월 동안 매달 120만 원씩을 상납 받았다. 120만 원이면 월급의 약 3분의 1이다. “생활이 어렵다고 하자 (박 의원이) ‘너 여기 돈 벌러 왔나’라고 했다”는 P 씨의 설명에 비춰보면, “P 씨가 동의했다”는 박 의원 측 주장은 절반만 진실이다. 돈의 용처도 황당하다. P 씨가 나중에 알아보니 박 의원의 아파트 관리비와 가스비, 요구르트 대금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금 갈취’라 할 만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목희 의원 측은 지난 2012년 6월 A씨를 5급비서관으로 채용한 뒤 A씨에게 “원래 6급으로 들어왔어야 했는데 5급으로 받아줄 테니 월급 차액을 반환하라”며 그해 10월까지 5개월간 매월 현금으로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200여 가지 각종 특권에 1억4737만 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비서관의 급여까지 갈취하는 몹쓸 짓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언행을 보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어진다. 이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A씨가 2014년 초 의원실의 모 보좌관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고발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같은 해 5월 무혐의 처리한 사건”이라고 별 것 아닌 양 했다. 더구나 이 의원은 “A씨 본인이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부족한데 비서관 직책으로 월급을 많이 받으니 자신의 월급 일부를 내서 운전기사와 인턴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다”면서 “5개월 동안 이 돈을 운전기사와 인턴에 나눠줬고 이는 모두 선관위 조사에서 진술되고 기재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는 것이다.의원들의 보좌관 급여 갈취는 비일비재하다. 채용 시 아예 급여 반납을 조건으로 달거나, 직급을 올려주면서 차액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가공인물을 보좌관으로 등록해 월급을 빼먹기도 한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4급부터 9급까지 9명(인턴 2명 포함)이나 되니 국회의원에게는 그게 돈밭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잘 조절된 탐욕은 창조적 두뇌활동을 유발시켜 자신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된다. 그러나 무절제한 탐욕으로 염치를 모르면 인간이라 할 수가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체면도 차리고 염치라는 것도 안다. 염치가 없는 경우를 ‘몰염치’라 하고, ‘파렴치’ 하다고도 할 수 있는 데, 짐승과 사람이 다른 것은 사람은 염치가 있고 동물은 염치가 없이 동물적인 욕구에 충실하게 된다.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누울 자리와 앉을 자리 쯤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염치인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결코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것이 염치인 것이다. 국회의원이면 비서관의 모자라는 생활비도 넌지시 채워 줄 아량이 있어야 한다. 항차 비서관 월급에 혀를 대다니. 동네 창피한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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